이산가족들은 각자의 사연을 담은 소중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올해 98살로 최고령자인 구상연 할아버지는 6살 딸에게 꽃신을 사다 주겠다는 약속을 65년 만에 지킬 수 있게 됐습니다.
이기종 기자입니다.
【 기자 】
양손에 꼭 쥔 꽃신 한 켤레.
98살 구상연 할아버지가 북녘의 큰딸을 위해 준비한 선물입니다.
전쟁 중에 갑자기 징집되면서 고추를 팔아 꽃신을 사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한이 됐습니다.
▶ 인터뷰 : 구상연 / 이산가족 (98세)
- "이거 들고, 죽은 줄 알던 딸 만나니 더 기쁜 게 없어요. 나 떠나올 적에, 신이 떨어졌다고 해서…."
6살 딸은 이제 71살 백발노인이 돼 있겠지만, 꽃신을 꼭 신겨 주고 싶습니다.
아들과 손자를 만나게 될 98살 이석주 할아버지는 양복 두 벌을 준비했습니다.
▶ 인터뷰 : 이석주 / 이산가족 (98세)
- "처음으로 만나는데 아버지가 주는 거라곤 그래도 옷밖에 없지…."
아들과 손자가 어떤 모습일지 알 길 없지만, 피를 속이진 못할 거라며 자신과 똑같은 치수로 맞췄습니다.
하지만, 선물로는 미안함을 다 갚을 수 없습니다.
▶ 인터뷰 : 이석주 / 이산가족 (98세)
- "다섯 살 먹은 게 뭘 알았겠어, 그런 걸 떼어놓고 내가 왔으니까 아들 보기가 미안하지."
이산가족들은 65년간의 사연이 깃든 선물을 안고 설레는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MBN뉴스 이기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