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 후쿠오카현 미에케 탄광 등에서 일하다 사망한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설치된 추도비가 우익세력으로 추정되는 인사들에 의해 ‘낙서테러’를 당했다.
25일 후쿠오카 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후쿠오카현 오무타시에 설치된 ‘강제징용 희생자 위령비’에서 ‘일본 산을 더러운 비석으로 오염시키지 말라’는 등의 낙서와 함께 과거 일본 전범기인 욱일승천기 스티커가 발견됐다. 부근의 또다른 비석에서는 검은 페이트로 마구잡이 낙서를 해놓은 것이 발견됐다.
이 위령비는 1995년 미이케 탄광을 경영한 미쓰이광산 등 미쓰이 계열사가 비용을 부담하고, 지자체가 부지를 제공해 한일 화해 차원에서 설치한 것이다. 매년 4월에는 오무타 시장과 후쿠오카총영사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도행사를 개최해오기도 했다.
위령비에 누가 낙서테러를 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미이케 탄광이 얼마전 일본 근대 산업화 시설의 일부로 인정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고, 이 과정에서 강제징용에 관한 역사가 누락돼 한국의 강력한 반발을 샀던 점을 감안하면 이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나 개인이 저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미이케탄광과 미이케항은 조선인 9200여명이 강제동원됐으며, 이 가운데 30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일간 역사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서 일본 내 한국 관련 시설이나 역사 위령비에는 우익으로 추정되는 세력에 의해 잇따라 훼손되
지난 3월에는 도쿄 신주쿠 한국 문화원 출입구 부근 외벽에 한 일본인이 라이터용 기름으로 방화를 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으며,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 앞에 심어진 ‘조선오엽’이 뽑히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