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에 새정치민주연합이 반발하면서 2016년 예산안(약 386조원) 심사를 포함한 모든 국회 일정이 이틀째 멈춰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가 이달 말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쳐야하지만 역사교과서로 인한 여야 대립이 계속될 경우 전체 심사 일정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회는 4일 예결위(비경제부처 질의)와 안전행정위·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정무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산업통상자원위 전체 회의 및 소위원회를 개최할 계획이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불참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역시 야당 요청으로 인해 연기됐다.
국회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예산 심의권마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개정국회법인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오는 30일까지 예결특위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가 제출한 2016년도 예산안 원안은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야당 반발로 사실상 국회 기능이 마비됐지만,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4일 역사국정교과서 저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 총력전을 선언했다. 문 대표는 이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역사국정교과서는 한마디로 원천 무효”라며 “이제 국민이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국민불복종 운동’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역사 국정교과서를 ‘거짓말 교과서’, ‘부실 교과서’, ‘편향 교과서’ 로 규정한 문 대표는 “정부가 민생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는 것은 ‘경제살리기는 모른다’고 하는 선언과도 같다”며 “경제실패, 민생파탄 책임을 덮으려는 정략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문 대표는 국정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우리 당은 민생경제를 살리면서 역사국정교과서를 기필코 저지할 것”이라며 민생과 국정교과서 논란을 분리하는 ‘투트랙 전술’로 투쟁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거듭된 재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선택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역시 정부가 역사 국정교과서를 철회할 때까지 투쟁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4일 새벽 의원총회가 끝난 뒤 국회 로텐더홀에서 매일경제 기자와 만나 “국정교과서 논란은 정부가 우리에게 ‘황소 한 마리’를 선물한 것”이라며 “집필진 선정 등 앞으로의 과정에서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투쟁을 이어갈 수 있으니 ‘끝까지 한다’는 의지 표현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정교과서 논란이 총선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야당이 너무 못하니까”라며 “국정교과서는 우리에게 플러스고 나머지가 마이너스 일수도 있지만 우리에겐 많은 가점거리인만큼 좀 만 더 잘하면 질 수 없는 선거”라고 답했다.
다만 국회 보이콧이 장기화되면 국민의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진행중인 철야 농성과 별개로 국회 의사일정에는 조만간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내년 총선이 열리는만큼 지역구 예산, 선거구 확정이 현역 의원들에게 국정교과서 논란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조
양승함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9대 마지막 정기 국회를 식물국회나 부실국회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대치 정국이 장기화되면 야당에게 절대로 도움이 안되고 실질적으로는 국민에게 큰 손해다”고 밝혔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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