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0일 노동개혁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지 않는 국회를 강력히 성토하면서 ‘국민 심판론’을 들고 나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제 국민 여러분께서도 국회가 진정 민생을 위하고 국민과 직결된 문제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소신있게 일할 수 있도록 나서 주시고, 앞으로 그렇게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이것(민생법안)을 방치해 (19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된다면 국민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내년 총선을 앞둔 미묘한 시기에 국민을 상대로 직접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한 셈이다.
“19대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둬달라”(지난달 22일 여야지도부와 회동)는 당부에서 “국민과 민생을 위한다는 말이 허언이 되지 않길 바란다”(지난 6일 규제개혁장관회의)는 경고에 이어 국민심판론으로 발언의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정치는 국민과 함께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청와대 관계자)이라는 말처럼 박 대통령은 19대 국회가 민생법안 처리라는 ‘마지막 소임’을 다하는지를 지켜본 뒤 총선에서 의원들의 옥석을 가려달라는 당부를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이날 근로기준법 등 노동개혁 5개 법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관광진흥법·국제의료사업지원법·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의 의미와 효과를 조목조목 설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특히 전직 청와대 참모들과 현직 장관들의 대구·경북(TK) 지역 출마설과 TK 물갈이 논란으로 여권이 술렁이고 있는데다 여야간 ‘역사 교과서’ 대치전선이 명확히 그어진 시점에 대국민 호소가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정치권에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청와대와 새누리당간 갈등, 이를 통해 촉발된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태 당시 ‘배신정치 국민심판론’으로 여권의 내홍을 일거에 정리하고, 정국을 반전시킨 바 있다.
지난 6월25일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주셔야 한다”고 했다.
그랬던 만큼 TK 지역에서 확고한 지지기반을 구축한 박 대통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 여론에 호소해 여야를 압박하는 일종의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TK 물갈이설로 비롯된 박심(朴心·박 대통령 의중) 논란에 거리두기를 하고 있지만 “진실한 사람만을 선택해달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전직 참모나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으로 TK지역 유권자들에게 각인될 수 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23분간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현재의 국회를 법안 처리를 제때 하지않고 민생을 방기하는 이른바 ‘불임 국회’로 몰아붙인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모든 것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 모든 법안을 정체상태로 두는 것은 말로만 민생을 부르짖은 것”이라고 비판하고, 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대해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라고 거듭 선을 그은 것은 야당에 대한 날선 비판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 발언을 ‘TK물갈이’로 해석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국회선진화법으로 각종 법안 처리가 묶인 상황에서 국민의 힘으로 국회를 압박해 민생현안을 해결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이자, 19대 국회가 마지막 소임을 방기하면
박 대통령 의중을 잘 아는 여권의 한 관계자는 “민생을 돌보는 사람이 국회에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아니겠는가”라며 “말로만 민생을 내세우고, 입신 정치가 우선인 사람들에 대한 비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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