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1일 당대표·원내대표 등 수뇌부가 협상 테이블에 앉는 ‘4+4’ 회동을 이틀째 열고 선거구 획정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평행선을 달린 끝에 12일 세번째 담판을 갖기로 했다. 협상 참가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일제히 함구했다. 협상안이 새나가면 당내에서 즉각 반발에 부딪힐 것을 염려한 탓이다. 협상이 이틀째 공전하자 ‘4+4’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뺄셈 정치만 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현재로선 여야가 지역구 수를 최소 4석 이상 늘려 농어촌 지역구를 배려하고, 경우에 따라 전체 정원을 소폭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병석 정개특위 위원장이 제안한 ‘50%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득표의 50%를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 적용)’가 전격 수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여기까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막판 쟁점은 두가지다. 먼저 새누리당은 지역구 숫자를 늘리자며 현행 의석인 246개부터 253개까지 4~5가지 옵션을 협상장에서 순차적으로 꺼내들었다.
이에 맞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 의석수는 유지하되 차라리 전체 정원을 3석 정도 늘리자고 주장했지만 ‘적전(敵前) 분열’ 양상도 보였다. 전남북에 지역구를 둔 강동원 김승남 유성엽 이윤섭 황주홍 등 야당 의원들은 “호남의 선거구를 단 1석도 줄일 수 없다”며 이날 오후 4시부터 문재인 대표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또 다른 쟁점은 야당이 주장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어떤 식으로 수용하느냐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란 지역별로 비례대표 후보를 구분하되 정당투표에서 얻은 득표 비율을 전체 의석에 적용해 배분하는 제도다. 지역구 투표는 거대 정당 후보를 찍어주되 정당투표는 진보 정당을 찍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소수정당에게 상당히 유리한 제도다.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선 영남 지역에 깃발을 더 꽂을 수 있는데다 내년 총선에서 연대해야 할 정의당 편도 들어줄 수 있는 카드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1~2석이라도 야당에 유리하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며 “정의당 요구를 어느 정도 대변해주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낫다는 판단도 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은 애초부터 권역별비례대표제에 대해 반대 입장이다. 국회 운영상 소수정당의 난립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TK·PK 지역을 수성해야 하는데다 호남에서 얻는 의석보다 영남에서 잃는 의석이 많기 때문에 득될 것이 없다. 이 때문에 지역구 선거에서 아깝게 탈락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석패율’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선거구 획정을 질질 끌고 있는 정치권의 무능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욱 배재대 교수는“논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현역 의원들에게는 좋은 것 아니겠느냐”며 “시민사회가 국회를 견제할 수 있도록 더 큰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별
[신헌철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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