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26일 처리하기 위해 야당을 압박하고 나섰지만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문제삼고 나서 혼전이 이어졌다. 여야 합의로 26일로 예정됐던 본회의도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과 겹치면서 사실상 무산돼 이번 달 내 FTA 비준안 처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여야는 물밑 협상을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르면 27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할 지 여부가 주목된다.
25일 새누리당 지도부는 연내 한·중 FTA 발효를 위해서는 이번 달 안에 비준안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야당을 압박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한·중 FTA 비준 동의안 처리 기한이 내일인데 올해와 내년, 두 차례에 걸쳐서 관세 인하 등 우리 경제가 FTA의 효과를 완전히 누리려면 내일 비준 동의안이 처리돼야 한다”며 “국민과 기업 바람과 달리 여야정 협의체 제3차 회의가 파행됐고 FTA 처리에 대한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야당을 비판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한·중 FTA는 타이밍이 생명인 만큼 이번 달 안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며 “국익을 위해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새누리당은 이와 함께 이날 오후 김정훈 정책위의장 주재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참여한 가운데 FTA현안점검 긴급간담회를 열어 야당을 압박했다.
김정훈 의장은 “협상이 잘 논의돼오다가 24일 오후부터 박민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가 ‘협의 못하겠다. 자료 불성실하다’며 나갔고 윤 장관이 설명을 하자 협의해보겠다더니 아무 연락이 없었다”며 “대한민국 장·차관이 밤11시까지 야당 앞에 서 있었다. 예의가 아니다”라고 야당을 비판했다. 이어 “오늘 여야정 협의체에서 합의문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야당은 FTA 비준안 논의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비판에 격앙된 분위기다.
이날 FTA 비준안 처리를 담당할 상임위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야당은 박 대통령의 전날 “맨날 앉아서 립서비스만 하고, 경제 걱정만 하고, 민생이 어렵다면서 자기 할 일은 안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위선이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에 대해 날을 세웠다.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는 “대통령께서 국회의원 전체를 상대로 막말을 하셨기 때문에 대단히 중대한 문제”라며 “립서비스로 치면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서 박 대통령만큼 립서비스를 잘하는 분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선후보 당시 생애주기별 맞춤형 공약을 강조했는데 제대로 실천된 것이 없어 지금 생각해 보면 생애주기별 맞춤형 립서비스였다”고 박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앞으로 언행에 더 신중하셔야 한다는 점을 대통령께 말씀드릴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야당은 또 오전 외통위 회의가 끝나자 산회를 주장했다. 한 번 산회되면 그날은 상임위가 열릴 수 없다. 여당이 이날 여야정협의체에서 협상안을 도출하고 오후 늦게라도 외통위에서 비준안을 처리하려는 시도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외통위 야당 간사인 심재권 새정치연합 의원은 오전 회의가 끝나자 “여야간 논의했던 의사일정은 오전에 다 마무리 지은 만큼 산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경원 외통위원장은 “원내지도부 간에 어떤 협의가 있을지 모르는 만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정회를 하겠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이날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에게 FTA 비준안 처리를 요청했다. 광주시에서 열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식 리셉션장에서 문 대표와 만난 황 총리는 문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황 총리는 이 자리에서 “FTA 같은 경우는 시간을 놓치면 회복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것(FTA)을 먼저 합의하고 나머지는 또 나머지대로 해나가면 좋겠다”며 “우리가 다른 생각이 있는 게 아니고 경제가 너무 어려워서 살리는 방법을 찾자는 것인데 뜻을 조금 모아주시면
문 대표는 그러나 “야당이 제안하는 법안에 대해서도 좀 함께 도와달라”면서 “아시아문화전당 예산도 확정이 안된 상태”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함께 경제를 살리자는 법인데 야당의 주장도 잘 좀 들어달라”고 말했다.
[우제윤 기자 / 추동훈 기자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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