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등이 22일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정치적 적자라면 김 전 대통령의 ‘심정적 동지‘를 자처하는 이들이 국회에 있다. 바로 1980년대 대학생활을 하며 민주화 운동에 몰두했고, 1960년대 생이며,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1990년대 30대였던 이른바 386의원들이다.
이들은 민주화를 외치며 정치전면에 나섰던 YS와 마찬가지로 “80년대 신군부독재에서 민주화를 이룩하겠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당시를 살았다”고 80년대를 회상했다. 상도동계 가신그룹과 같이 지근거리에서 김 전 대통령과 함께하진 못했지만, 한 때는 김 전 대통령과 같은 꿈을 꿨던 셈이다.
386 세대들이 기억하는 YS를 레이더P가 취재했다.
◆ “의외로 집이 소탈해 놀랐다”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988년 초 감옥에서 나와 평화민주당과 통일민주당으로 나뉜 야권을 통합하려는 운동을 했다”면서 “양김 사이에서 하루는 상도동, 하루는 동교동을 왔다갔다 하면서 5~6번을 만났다”고 회상했다.
우 의원은 당시 DJ와 YS의 화법에 대해 “스타일이 확연히 달랐다”고 했다. DJ는 논리적으로 첫째, 둘째, 샛째 번호를 매겨가며 이야기하는 반면 YS는 끝까지 듣고 있다가 “학생들의 진심과 충정을 이해한다. 통합하겠다”라고 짧고 굵게 말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당시 상도동 자택에서 만난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우 의원은 “야당 총재인데도 의외로 집이 소탈해 놀랐다”며 “만나면서 보니 인간적인 면모가 있고 농담도 잘하고 했다. 거짓말하는 스타일은 아닌 듯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직선제 개헌을 위해 학생, 재야단체, 정당, 종교 단체가 연합전선 만들었는데, 그 때 장외집회를 열어 우리가 나올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준 사람이 김영삼”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시 연금돼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김 전 대통령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87년 김영삼과 김대중의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기 위해 상도동 자택에 쳐들어갔었는데, 그 때 우리를 내쫓은 대신 맞아주었다” 면서 “당시 잔디밭에서 지키고 섰던 덩치 중 한 사람이 김무성 대표”라고 밝혔다.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81학번이라 학부생 때 학생운동하는 동안 YS와는 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83년 YS 가 단식할 때 전혀 기사화가 안됐다”며 “학교서 거리시위를 하면서 ‘김영삼을 살려내라’고 시위했다”고 당시를 추억했다.
◆ “투명사회 기초 닦았다“ 개혁 대통령으로 평가
386의원들이 YS의 ‘공’을 얘기할 때 빼놓지 않고 말한 부분이 있다. 바로 전두환, 노태우 등 육사 11기생들의 주도로 만들어진 ‘하나회’를 숙청한 것, 그리고 금융기관과 거래를 할 때 가명이나 차명이 아닌 본인의 실명으로 거래하도록 만든 금융실명제 도입이다. YS가 뚝심으로 밀어 붙인 두 정책은 우리 사회를 ‘투명사회’로 만드는 기초를 닦았다는 평을 받는다.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군부세력 척결 통해 더 이상 군에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는 시스템 갖추게 됐다”며 하나회 척결을 높이 평가했다.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우리사회가 투명사회로 가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치켜세웠다.
또 현재 여야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국정화 논란’과 연결지어 YS의 역사바로세우기를 칭찬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김현미 의원은 “5.16 쿠데타 명시하고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는 일들을 굉장히 용감하게 진행했다”며 YS의 뚝심을 칭찬했다.
◆ 3당합당·외환위기에 대해선 비판적
386의원들 가운데 야권인사들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아쉬운 점으로 ‘3당 합당’으로 꼽았다. 김현미 의원은 “3당 합당이 우리 정치에 굉장히 어두운 부분을 깊고 짙게 지금까지 뿌리내리고 있다”고 했다. 박홍근 의원은 “(1987년에) 양김 분열만 안됐다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숙은 훨씬 진척됐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경제상황에 대한 안정적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외환위기’를 몰고 온 것에 대해 지적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김성주 의원은 “경제상황에 관한 안정적인 관리가 없어 외환위기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하태경 의원은 “경제관리에 소홀해 외환위기를 초래한 것이 결정적”이라고 지적했다
◆ 인재등용·뚝심은 배울 점으로 꼽혀
386의원들은 YS에게 배워야 할 점에 대해서도 다양한 생각을 나타냈다.
여야 모두 공천룰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시점이라 YS의 탁월한 인재 등용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자신이 생각하는 것은 밀어붙이는 ‘뚝심’도 현 정계에서 본 받아야 할 점이라고 말한 의원들이 많았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주변의 인물들을 많이 발탁했고, 발탁된 인물들이 지금도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고,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정치신인을 당선시킬 수 있던 카리스마가 있었다. 온몸으로 정치적 미래를 열어줄 수 있는 카리스마를 국민들이 원하는 것 같다”며 난국을 적절한 인재 등용을 통해 극복해내는 점을 높이샀다.
김현미 의원은 “야권 지도자들도 당내에선 경쟁할땐 경쟁하더라도 협력할 땐 YS와 DJ 처럼 협력하는 마음이 있어야한다”고 현재 당내 갈등에 대해 지적했다.
배짱이 없으면 시행하기 힘든 정책들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뚝심’에 대한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싸울 땐 화끈하게 싸우고 소위 말하는 전투적 야당이라는 게 뭔지
김성주 새정치민주엽합 의원도 “단식 사건은 많은 사람들한테 깊은 인상을 남겨줬다”며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관철시키기 위해 물불가리지 않는 뚝심을 언급했다.
[길기범 기자 /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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