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인근의 모든 차량이 멈춰섰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자이자 장남 은철씨의 아들 김성민 군이 김 전 대통령의 영정을 양손에 꼭쥐고 앞장섰다. 그 뒤로 관을 든 의장대 12명이 천천히 발걸음을 이어갔다. 관은 운구차로 들어갔고 차량은 영결식이 열릴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향해 섰다. 건강 상의 문제로 영결식을 참석하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은 다시 한번 서울대병원에 들러 운구차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박 대통령은 김 전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손을 꼬옥 잡고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인사했다. 현철씨도 “몸도 불편한데 와주셔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영하를 오르내린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100여명의 시민들이 김 전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단단히 쳐진 폴리스라인으로 좀더 가까이 가지 못한 시민들의 불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은철, 현철 씨등 유가족을 태운 차량을 선두로 김 전대통령을 태운 영구차가 출발했다. .
5일장의 마지막날인 26일,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김 전 대통령의 빈소엔 이른 시간부터 유족과 추모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오전 일찍 빈소를 찾은 김 전대통령의 넷째 여동생 김덕선 씨는 김 전대통령의 영정앞에 주저앉아 “맨날 사랑한다고 했잖아. 한 번만 더하고가”라며 “오빠, 보고싶고 사랑해”라고 오열했다. 그녀의 통곡 소리는 장례식장 밖까지 울려퍼졌다.
오전 10시 장례식장 1층 강당에선 김장환 목사의 집례로 발인예배가 진행됐다. 100석 규모의 예배실은 가득 차 10여 명의 사람은 서서 참석했다.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가 예배실을 가득 채웠다. 김 전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는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채 맨 앞줄에 자리했다. 그는 “왜 이렇게 추운날, 하느님께서 아버님을 데려가시나”라며 “아버님께서 소임을 다하신만큼 천국에서 영면하리라 믿는다”고 추도했다. 함석헌 목사의 조가 ‘하늘 가는 밝은 길이’가 이어졌고 현철 씨는 이를 담담한 표정으로 들었다. 예배를 마친 현철 씨는 다시 빈소로 올라와 조문객을 맞았다. 공식 조문은 정오까지였지만 그 이후에도 병원을 찾는 이가 끊이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는 건강상의 이유로 빈소를 찾지 않고 곧바로 영결식장으로 향했다.
한편 서울광장 등 전국 221개 지역에 마련된 김 전대통령 분향소에는 추운 날씨 탓인지 조문객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서울광장 분향소를 찾은 중국 동포인 김옥여 씨는 “저는 교포지만 고국에 와서 이렇게 행복하게 잘 지내는 것은 다 김 전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전국민을 위해 모든걸 애쓴 만큼 저세상에서는 편히 주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동훈 기자 / 노승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