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이 야당의 반대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 경제활성화 핵심 법안도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본회의에 끝내 상정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법안 심사를 거부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 “입법 공백을 초래하는 직무유기”라고 맹비난했으나 야당은 요지부동이다.
야당은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여야 합의가 안되면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사보타지(태업)’ 전략을 펴고 있다. 노동조합의 쟁의수단을 야당이 국회 안에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10일부터 임시국회가 속개되지만 야당이 제대로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그 동안의 법안 심의과정도 사실상 태업의 연속이었다. 국회 속기록을 분석한 결과 지난 9월 16일 노동개혁 관련 법안이 접수된 뒤 85일 동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실질적 심사가 이뤄진 시간은 단 78분에 불과했다.
그나마 회의 내내 야당 소속 환노위원들은 “노동개혁법은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며 공포를 과장하는 데 집중했고, “노동개혁은 전경련의 민원”이라는 극단적 주장까지 펼쳤다. 야당 환노위원 다수는 운동권· 시민단체 출신이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달 24일 환노위 법안소위에서 “비정규직 법안이 파견(근로자)만 최대 500만 명 이상을 늘릴 수 있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그러면 비정규직이 1000만, 1500만 명 수준이 된다”고 주장했다. 올해 8월 기준으로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는 627만명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파견제를 뿌리산업까지 확대하면 정규직이 뿌리째 뽑혀 파견 노동자들로 넘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의원은 기간제법과 관련해 “우리나라 정규직의 평균 근속연수가 7년 조금 넘는데 사실상 정규직의 태반 이상을 비정규직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정당당하게 기간제·파견제에 대해 전경련의 규제완화 요청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면 모르겠다”면서 ‘노동개혁=재계 민원’이라는 주장을 폈다. 또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책 수립·운영 과정에서 노사 참여를 제고하자는 노사정 합의안을 무시했다”고 노사정 대타협 결과를 불신했다.
이 같은 야당 주장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 역사교과서와 노동법 문제를 부각시켜 지지층을 규합하는 모멘텀으로 삼으려는 것 같다”며 “노동개혁 5법은 근로자에게 유리한 부분도 많은데 이렇게 반발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파견법이 통과될 경우 늘어나는 파견 근로자 수는 고령자 8000여명, 뿌리산업 4~5000명을 합쳐도 1만명 남짓”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은 이날도 노동개혁법 조속 처리를 주장하며 여론전에 주력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기간제법은 비정규직 고용안정법, 파견법
이날 청와대는 긴급 대국민 담화를 실시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헌철 기자 / 윤진호 기자 / 장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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