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중국 시장을 겨냥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이달 20일 공식 발효한다. 지난해 양국 정상이 협상타결을 선언한지 406일만이다. 한국의 GDP와 소비자, 일자리에 미치는 예상 효과는 어떨지와 산업별 영향 등을 정리해 본다.
◆서비스산업
-서비스 시장 개방 수준은.
▷한·중 FTA 타결의 주요 성과 중 하나는 서비스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개방을 합의한 것이다. 법률, 건축·엔지니어링, 유통, 환경, 건설, 엔터테인먼트 분야 등에서 국내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활발히 진출할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내에서 대규모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선 중국 정부가 발급하는 면허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중국 정부에서 한국기업들이 중국 이외지역에서 달성한 실적을 인정하지 않아 공사 수주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중 FTA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중국 외 실적도 인정받아 면허 등급이 상향 조정돼 공사 수주도 보다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법률분야에선 FTA 발효로 국내 로펌 사무소가 상하이 자유무역지구에서 중국 로펌과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엔 어떤 영향이 있나.
▷한·중 양국이 공동제작한 영화와 드라마에 중국 국내 제작물과 동일한 헤택을 부여하는 내용이 FTA 부속서에 포함됐다. 양국간 문화교류 활성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중국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분야가 개방되면서 한류의 지속적 확산을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FTA 발효로 중국인 요리사, 교사, 여행 가이드 등이 대거 한국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은 사실인가.
▷이번 FTA에는 양국의 민간인들이 자연스럽게 양국을 넘나들도록 하는 사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발효 이후에도 중국 요리사, 교사, 여행 가이드 등이 대거 국내에 진출하는 것과 같은 커다란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 분야도 중국 진출이 가능해지나
한·중 양국은 이번 한·중 FTA 협상에서 금융을 별도로 협의해야 하는 대상으로 분류했다. 다만 중국이 외국과 FTA를 맺으면서 금융시장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것은 최초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이번 합의안에는 금융 관련 규정을 사전에 공표하고 이해당사자 의견을 수렴해 금융 인허가 절차를 신속히 처리하도록 합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향후 진행될 서비스·투자 분야 2단계 협상에서 금융분야 개방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수산업
-농수산식품에 대한 국내 보호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한·중FTA 협상과정에서 정부는 다른 국가와의 FTA에 비해 농수산물 시장 개방 폭을 좁히는 데에 주안점을 뒀다. 그 결과 전체 농수산물 가운데 품목 수 기준으로 30%, 수입액 기준 60%가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됐다. 고추·마늘·양파 등 양념채소류와 쇠고기·돼지고기 등 육류, 과일, 수산물 등의 개방을 최소화했다. 대두, 참깨, 팥, 보리 등 21개 품목에 대해서는 일정 물량에 대해 저율관세를 부과하되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고관세를 매기는 저율할당관세(TOQ)가 적용된다. 김치, 당면, 땅콩, 들깨, 냉동꽃게, 냉동복어 등 35개 품목에 대해서는 제한된 범위에서 관세가 낮아진다.
-국내 농산물 보호 안전장치인 ‘세이프가드’가 포함됐나.
▷한·중FTA에는 세이프가드는 포함되지 않았다. 농산물 세이프가드는 미국, 유럽연합(EU)과의 FTA에서 관세가 철폐된 품목에 대한 보호 장치로 도입됐다. 특정 품목의 수입이 일정 기준 이상으로 급증하면 FTA 발효 전 기존 관세로의 인상이 가능한 제도다. 한·중 FTA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주요 농산물이 FTA 발효 이후에도 기존 관세율이 유지돼 별도의 세이프가드 규정 도입은 필요없을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수산물 분야는 FTA 체결로 수혜를 볼 수 있을까.
▷중국 측 수산물 자유화율이 품목 수 기준 99%, 수입액 기준 100%로 사실상 중국 시장이 완전 개방됐다. 김, 미역, 넙치, 전복, 해삼 등 62개 주요 대중 수출품목 대부분의 관세가 즉시 철폐되거나 10년 내 철폐로 조기 개방되면서 해당 품목의 시장이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FTA로 대중 농·식품 수출도 성장할 여지가 있나.
▷자국산에 대한 불신이 높은 중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농·수산물과 가공식품 분야도 고급화 전략을 추진해 중국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 농·수산물 분야의 개방도가 높아지면서 중국 중·상류층 소비자에게 국내 고급 농·식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관세 뿐 아니라 그 동안 애를 먹었던 농·식품 통관 절차가 상당 부분 개선된 것도 한·중 FTA의 성과다.
◆제조업
-제조업 중 한·중 FTA 비준에 따른 주요 수혜 품목은.
▷석유화학, 철강, 기계, 패션 기능성 의류, 가전 등 한국이 중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최종소비재들의 관세가 철폐된다. 부품분야 역시 관세 철폐의 혜택을 받게 된다.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내수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들이다.
-대중 수출 1위 품목인 LCD 패널 시장개방은 어떻게 되나.
▷LCD 패널은 한국과 중국 모두 FTA 발효 후 10년 후에 현행 관세(한국 8%, 중국 5%)가 철폐된다. 한·중 FTA 발효 후 8년 동안 현행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9년차부터 관세가 감축되기 시작한다. 이는 중국이 자국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염려해 ‘조기 개방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자동차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까.
▷협상 과정에서 중국에 지속적으로 자동차 시장 개방을 요청했지만 중국이 반대해 자동차는 양국 모두에 초민감 품목으로 남게 됐다. 국내 자동차 회사가 이미 중국 현지에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중국에서 생산된 외국 브랜드 자동차의 국내 수입 급증 가능성이 있는 것도 고려됐다. 다만 중국 충칭, 허베이성 등에 한국 업체가 자동차 공장을 잇달아 세우고 있어 자동차분야의 중국 투자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에 타격은 어느정도인가.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생산품목, 품목별 경쟁력, 판매형태 등 수많은 요인에 따라 개별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체로 수출을 위주로 하는 중소기업은 관세 인하와 비관세 장벽 개선으로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지만 내수 위주 중소기업은 중국산 중저가 제품 유입으로 인한 위협이 커질 수 있다. 중국 내수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며 발효 전 최종소비재에 높은 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시장 개방으로 인해 중소기업도 다양한 기회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성공단 생산 제품은 어떻게 되나.
▷한국과 중국은 개성공단에 대해 역외 가공을 인정해 FTA 협정 발효와 동시에 개성공단에서 생산하는 품목에 특혜 관세 혜택을 부여하기로 합의했다. 대상 품목은 모두 310개로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 가운데 가장 많은 품목이다. 한국산 원산지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개성공단에서 투입한 가치가 수출가격 40%보다 낮아야 하며 한국이 투입한 가치는 전체 가치 중 60%를 넘어야 하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한·중 FTA 발효와 함께 한반도역외가공지역위원회가 설치돼 향후 북한 내 역외가공 지역 추가 지정 문제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소비재
-소비재 분야 관세 혜택은.
▷FTA 발효 전 소비재는 한국이 평균 8%의 저관세인 반면 중국은 상당수 품목을 20% 이상의 고관세로 유지하고 있는 분야다. 양국 모두 개방을 확대하지만 한국이 관세 인하 혜택을 더 많이 볼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은 기존 고관세 품목 상당수가 5년에서 10년 이내에 관세가 철폐된다.
-소비재 수출 전망은.
▷최근 중국이 내수 중심 성장 전략을 펴고 있는데다 소비 수준이 높아지면서 한국산 소비재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대중 수출의 경우 소비재 비중이 작고 수출증가율도 완만했지만 비준 이후에는 소비재 수출 전망이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망 품목은 어떤 것들이 있나.
▷정수기와 공기청정기가 대표적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공기와 먹는 물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인들의 선호도가 높은 한국 화장품도 유망한 품목으로 꼽힌다. 피부미용 제품, 입술 화장품, 눈 화장품, 샴푸 등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저귀 등 영유아 용품 수출도 늘어날 전망이다.
-반도체, 컴퓨터 주변기기 등 전자분야 전망은.
▷전자 분야는 이미 무관세 품목이 많아 FTA로 인한 혜택이 크지 않을 것이다. 우리 수출 주력 품목인 액정표시장치(LCD) 등 유관세 품목은 중국 측 보호 수준이 높다. 다만 비관세 장벽은 완화될 것으로 보이며 그간 활성화된 양국 간 국제분업 구조도 더욱 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 분야는 양국 모두 보호 수준이 다소 높은 편이다. 면도기, 전기다
-비내구 소비재의 경쟁력은.
▷비내구 소비재는 소비재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3억8000만달러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의류 등 소비재 완제품과 화장품, 비누 같은 패션, 뷰티 품목 외에 살균, 살충제 같은 비내구 소비재도 FTA 비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