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오는 20일 발효되면 대중국 식품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일단 한국은 높은 수준으로 보호에 성공해 수입 확대 가능성이 낮은 반면 중국의 수입 관세 개방 폭은 한국보다 넓다. 특히 가공식품의 경우 원산지 기준을 활용하면 외국산 원자재를 수입한 뒤 중국으로 수출하는 물량도 확대할 수 있다.
물론 값싼 중국 농수산물이 유입되면 그로 인한 농수산 분야 생산 감소 등의 피해는 불가피하게 된다. 이 때문에 많은 농어업인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 역시 농수산 분야 피해 보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단 정부는 이번 FTA 타결 과정에서 농수산물 시장 개방을 최소화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자동차와 반도체 등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농수산 분야에서는 추가 개방의무를 지지 않는 양허 제외 지위를 최대한 확보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농수산물 가운데 수입액 기준 60%를 일정 기간 후 무관세화하는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했고 그중 절반에 해당하는 30%에 대해 양허 제외 지위도 확보했다. 한중 FTA의 양허 제외 대상 농수산물은 총 548개로 한·미 FTA(16개), 한·EU FTA(41개), 한·호주 FTA(158개), 한·캐나다 FTA(211개)보다 많다.
쌀을 비롯해 고추, 마늘, 양파, 사과, 감귤, 딸기, 수박, 복숭아, 배, 조기, 갈치, 쇠고기, 돼지고기 등 주요 농수산물이 양허대상에서 빠졌다. 간장·된장·고추장·메주 등 전통식품과 국내 생산기반 유지가 필요한 식품용 대두유·설탕·전분 등 가공식품도 양허대상에 들어가지 않았다.
중국의 수입 관세 개방 폭이 한국보다 넓어 우리 농수산물의 중국 내수 시장 진출에 좋은 기회가 마련됐다. 중국은 향후 20년 안에 전체 농수산물 가운데 품목 기준으로 92.8%, 수입액 55.8%를 개방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 수산물 시장은 품목 수 기준 자율화율 99%로 거의 모두 개방된다고 보면 된다. 초민감 품목을 포함해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모든 수산물에 대해 20년 이내에 관세가 사라진다.
이번 FTA 이전에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정부의 절임채소 기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서 한국 김치의 대중국 수출이 이뤄지게 된 점도 호재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절임 채소의 기준을 개정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중국 내 고시절차가 진행 중이며 빠른 시일 안에 완료해 한국산 김치 수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쌀과 삼계탕의 중국 시장 진출도 가시화하면서 관련 기업들도 본격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현지 유통망 확보와 시장 조사에 속도를 내고 중국 위생 기준에 국내 생산 라인을 맞추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관세 인하가 없어도 해마다 값싼 중국 농수산물 수입은 급증해 왔다. 따라서 FTA를 계기로 중국 농수산물이 대량으로 들어와 국내 농수산업이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한·중 무역에서 한국이 항상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유독 농수산업에선 일방적으로 적자를 보고 있다. 이 때문에 FTA 발효로 중국 농수산물에 대한 개방 폭이 넓어지면 그에 따른 농산물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신선 농산물은 관세 철폐 대상에서 빠졌지만 20년 이내에 관세가 철폐되는 농축수산물 품목이 전체의 64%에 이르고, 현행 관세율 20%가 18%로 낮아져 중국산 김치 수입가격이 더욱 내려갈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6개 연구기관이 발표한 FTA 영향평가 결과를 보면 한·중 FTA 발효 후 20년간 농림업과 수산업은 각각 연평균 생산이 77억원과 104억원씩 감소할 전망이다. 20년간 예상되는 농림·수산 분야 피해액은 농림업 1540억원, 수산업 2080억원 등 총 3620억원이다. 특히 밭농업 채소류와 인삼·버섯 등 특약작물과 임산물을 중심으로 생산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어류·갑각류 수입이 늘어 수산업 분야도 FTA 발효 후 20년간 교역수지가 930만달러 정도 악화하고, 바지락·홍합 등 패류, 새우 등 갑각류를 중심으로 생산이
일단 정부는 FTA로 생산 감소가 예상되는 밭농업과 임업 등 취약산업을 중심으로 시장 개방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재정 지원을 할 계획이다. 어업 분야에서는 어업인 소득·경영 개선에 674억원, 친환경 양식 직불제 도입 등 어선·양식어업 지원에 1573억원을 지원한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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