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청와대의 경제활성화법·노동개혁 5법 직권상정 요구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 의장이 청와대의 ‘밥그릇 챙기기’란 비판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선데다 야당의 태도도 변화가 없어 당분간 민생·경제법안의 통과는 어려울 전망이다. 일각에선 경제가 총체적 위기 국면인데도 정 의장이 향후 자신의 대권 행보를 의식해 이미지 관리에만 신경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정 의장은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서비스발전기본법안과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등 쟁점법안에 대해 “(직권상정할) 권한이 있으면 좋겠는데 국회선진화법 하에선 그럴 권한이 없다”며 “그 때문에 이 법은 탄생해서는 안된다고 저는 강력하게 주장한 사람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과됐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선거구 획정만 먼저 직권상정하는 것은 의원들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청와대 비판에 대해서는 “아주 저속하고 합당치 않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정 의장은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인데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유권자들의 참정권이 심대한 훼손을 당할 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내년 4월 총선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비상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며 “밥그릇을 챙긴다는 표현은 제가 봐서는 저속할 뿐만 아니라 합당하지 않다”고 청와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정 의장은 또 현 상황을 전시에 준하는 비상사태로 보고 법안을 직권상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의장의 입장에서 무리한 초법적인 발상을 갖고 행하면 오히려 나라에 혼란이 오고, 이 혼란이 경제를 더 나쁘게 하는 반작용까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로서는 방법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 의장은 그러나 선거구 획정에 대해서는 연말께 직권상정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국민 기본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참정권인데 12월 31일이 지나면 선거구가 모두 사라져 입법 비상사태로 불 수 있다”며 “연말연시쯤에 심사기일을 지정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12월 31일 플러스 마이너스 하루 정도”라고 밝혔다.
직권상정하는 획정안은 현행 지역구 246석·비례대표 54석이 될 방침이다. 정 의장은 “합의를 한 것에 준하는 내용이 아니면 의장 안으로 낼 수 없다”며 “현행 246·54는 지난 13년간 이어져 온 여야간 합의된 내용이고 결국 그것으로 갈 수 밖에 없지 않나”고 말했다.
정 의장은 또 야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도입이 어렵지만 선거권 연령을 야당 주장대로 현행 만19세 이상에서 만 18세 이상(고등학생 제외)으로 낮추는 방안은 여당이 검토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마라톤회의를 중재한 결과 연동형 제도는 도입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다만 선거권 연령 인하는 OECD 34개국 중 19세 이상인 국가가 우리나라와 폴란드 밖에 없으니 여당도 검토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야당은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을 포함해 6개 법안에 대해서 일괄처리 하도록 연말까지 합의를 해주면 타협점이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야당 소속 이석현 국회 부의장은 SNS를 통해 “민생법을 직권상정 할수있는 비상사태는 6.25때 부산 피난국회 같은 상황을 말하는 것”이라며 “18세 이상 투표권도 세계적 추세로 지당한 말씀”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여당은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이날 열린 새누리당 의총에서 원내지도부는 정 의장의 경제활성화법·노동5법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요구서에 소속 의원 전원의 서명을 받아 전달하기로 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가가 어려운데 국회선진화법에 위헌 소지가 있으니 의장께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또 새정치민주연합의 비협조로 각종
이와 함께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을 검토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긴급 재정명령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우제윤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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