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7일 ‘야권의 심장부’인 전주와 광주를 방문했다. 이날 안 의원과 함께 찾은 전주 한옥마을은 소용돌이치는 야권의 격변이 무색하게 너무나 화창하고 평온했다. 마치 ‘태풍의 눈’에서나 느낄 수 있는 안온함이 베어있었다.
마침 이날 안 의원이 방문한 지역은 전주의 정치1번지로 불리는 전주 완산갑 지역이었다. 이 곳은 전북 유일의 친노 직계 현역의원인 김윤덕 의원의 지역구다. ‘호남의 적자’를 놓고 친노 진영과 일대 결전을 벌이겠다는 안 의원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됐다.
안 의원은 지난 13일 탈당한 이후“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것”이라는 언급만 했을 뿐이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벌써 10% 중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안 의원이 찾은 전주와 광주에서도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소 추운 날씨였지만 전주 한옥마을과 전북도의회 등 안 의원이 거쳐가는 곳마다 많은 시민들이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전주에서 44년째 택시기사를 하고 있는 염모씨는 “안철수와 천정배가 하나가 되면 호남표가 그 쪽으로 다 갈거고 문재인은 절대 안찍을 것”이라면서 “안철수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문재인보다는 낫다는 정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래도 혼자서는 못하니까 문재인도 나중에 합쳐야된다”고 말했다. 전주 남부시장에서 만난 한 50대 남성도“박근혜 대통령이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처음부터 기대조차 안했지만, 문재인 대표에 대한 실망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면서 “지난 대선에서 호남이 (문재인 대표를) 우리 편인줄 알고 전폭적으로 지지해 줬지만 착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야권이 통합해야 하지만 지금은 안철수 신당에 기대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결국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과 야권 통합론이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정서는 지역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전북 지역신문인 전민일보가 도민 1071명을 대상으로 14~16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통합신당(안철수+천정배)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자는 43.3%로 새정치연합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자(23.6%)에 비해 19.6%P높았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호남권에서 안철수 신당과 천정배 신당의 지지도 합계는 지난 14일 31.8%에서 16일에는 각각 39.3%로 수직 상승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도는 14일 22.4%에서 16일 20.5%로 소폭 감소했다.
안 의원은 이같은 여세를 몰아 각각 전북과 전남에서 칩거하고 있는 정동영 전 의원, 손학규 전 대표 등을 매개고리로 호남 지역 세 확산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안 의원은 전주지역 기자들을 만나“내년 2월까지 교섭단체를 구성한 뒤 타 세력과 연대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그는 ‘정동영 전 의원과의 연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구체적으로 실명을 거론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이미 밝힌 연대의 3원칙(반부패·반이분법·반수구보수)에 해당되지 않는 모든 분들과 함께하겠다”면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현역의원들의 면면도 호남민심과 관련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병호 의원은 수도권 출신이지만 황주홍 의원과 유성엽 의원은 각각 새정치민주연합 전남도당위원장과 전북도당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향후 추가 탈당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두 사람의 합류만으로도 호남민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안 의원은 16일 밤 유성엽 의원과 장시간 독대하며 ‘호남민심 확보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야권 통합이 어려워졌다는 불만을 밝힌 도민들도 적지 않아 향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주 남부시장에서 만난 한 75세 남성은 “문재인도 문제지만 안철수 의원도 결국 자기 이익을 좇아 탈당한 것”이라면서 “천정배·문재인·안철수가 하나가 되지 않으면 결과가 뻔하기 때문에 (대선에서)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의 초반
[박승철 기자 / 전주·광주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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