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오랜 기간 지루한 협상을 벌여온 주요 쟁점법안들이 결국 단 한 건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습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19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쟁점법안 협상이 결렬되자 지난 10일 임시국회를 소집해 '연장전'에 들어갔지만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 본회의 처리안건 목록에도 이들 법안을 넣진 못했습니다.
새누리당이 요구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노동개혁 5개 법안은 이날까지 상임위원회에 발목이 묶여 있습니다.
더민주가 서비스법에 '매칭' 형태로 내세운 사회적경제기본법도 역시 상임위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법안 협상을 풀어야 할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달에도 여러 차례 만났고, 지난 26일에는 상임위 간사들이 연쇄 회동하는 이벤트도 열었으나 모두 허사였습니다.
한때 여야가 한 발씩만 양보하면 될 일부 쟁점법안의 연내 '분리 처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으나, 결국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는 동안 원내지도부 사이의 의견 접근을 상임위가 틀어버리는가 하면, 상임위에선 다시 원내지도부의 협상 과제로 넘기는 '핑퐁'만 반복됐습니다.
새누리당은 더민주의 당내 분열과 발목 잡기로 '입법마비' 사태가 벌어졌다며 모든 책임을 야당에 돌렸습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경제 법안들이 야당 지도부와 상임위 간 '폭탄 돌리기'와 권력투쟁, 당리당략으로 마지막까지 발목이 잡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오늘 쟁점법안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선언하면서 "(다음주 초까지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합의 없이 올해를 넘긴다면 그로 인한 국민의 정치 혐오와 민심 이반의 후폭풍이 국회를 강타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더민주는 쟁점법안 처리 무산이 전적으로 정부·여당의 '고집불통'에서 비롯됐다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습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이 요구하는 쟁점 법안 중 테러방지법과 노동 5법 등에 대해선 상임위 간사들이 열심히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소위 '경제활성화 법안' 30개 중 서비스법 하나만 남겨놓고 모두 국회를 통과시킨 야당을 탓하는 것은 무능을 손바닥으로 가리려는 뻔뻔한 태도"라며 "여당은 무능한 '내 탓'부터 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여야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이들 법안은 일주일을 남긴 12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조차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새누리당은 다음 달 8일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들의 일괄 처리를 요구하지만, 더민주는 법안 협상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은 채 한·일 간 일
여야의 공방 속에 '임시국회 내 합의 후 처리' 다짐이 공염불로 끝날 공산이 커진 셈입니다.
법안의 핵심 쟁점에 대한 여야 입장이 대부분 원점에 머무르는 가운데 연초부터 여야 의원들은 본격적인 총선 준비 체제로 들어가면서 법안 처리가 장기 표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