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1~3일 연휴동안 정치권은 결코 ‘휴일‘이 아니었다. 분열로 가고 있는 야권은 거물급 정치인들이 각자의 길을 굳혀갔고, 탈당도 이어졌다. 반면 여권은 일상적인 일정만 소화한 채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연휴를 보냈다. 연휴동안 정치권에서 벌어진 인상적인 장면들을 정리했다.
◆ 전직 대통령 예방…김은 여야모두, 문은 야권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새해 첫날인 1일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부인인 이희호·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문 대표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묘역을 참배한 뒤 이 여사의 동교동 자택을 먼저 찾았다.
그런데 이 여사측은 “이 여사가 지난 27일 넘어져 거동이 불편해 합동하례하는 걸로 하겠다”고 양해를 구하면서 보통 때와는 달리 비공개 대화 자리를 갖지 않았다. 이 여사는 침대에서 일어나다 넘어져 갈비뼈 4개에 금이 가고 왼쪽 엄지손가락이 분절돼 손에 깁스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권노갑 상임고문 등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르는 동교동계 인사들의 집단탈당이 예고된 뒤라 이희호 여사의 입장과 태도가 관심을 모았지만, 역시 이날 문 대표에게 힘을 싫어주는 모양새는 결코 아니었다. 대화 시간 역시 겨우 8분에 그쳤다.
그런데 공교롭에 이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김무성 대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 이명박 전 대통령,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차례로 찾았다. 야권 전직 대통령만 예방한 문재인 대표와는 차별화된 여야 통합 행보인 셈이었다.
다만 노태우 전 대통령은 건강 상태가 안 좋아 찾아가지 못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의 자택은 경남 김해까지 거리가 너무 먼 관계로 이날 방문 일정을 잡지 못했다.
김 대표는 이희호 여사를 만나 큰 절을 하고 차를 마시며 약 15분간 담소를 나눴다. 이 여사는 낙상으로 불편했지만 밝게 웃으면 맞이했다고 배석자들이 전했다. 문재인 대표와 대화시간 8분, 김무성 대표와는 대화시간 15분. 사소한 듯하지만 때가 때인지라 결코 사소해 보이지 않은 ‘사실‘이었다.
◆ 홍어 사라진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의 1일 단배식에 ‘홍어‘가 사라졌다. 여의도 당사에서 이날 열린 더민주 단배식 상에는 홍어가 올라오지 않았다. 해마다 흑산도 홍어를 두마리씩 당에 전달하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이번에는 ‘공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야당에서는 명절 때나 주요 행사 때마다 호남 잔치음식의 상징인 홍어가 어김없이 상에 올려졌다. 그러나 2003년 분당 사태로 열린우리당이 창당된 이후 홍어는 ‘호남당’의 상징으로 홀대받아 모습을 감췄고, 2008년 정세균 전 대표 시절에야 다시 단배식 등에 등장했다.
이랬던 홍어가 다시 사라진 것이다. 3일 김한길 전 대표에 이어 이후 김한길계 인사,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 인사들의 탈당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호남의 상징 음식이 홍어가 야당 행사장에서 사라진 것은 아무리 부인해도 ‘의미‘가 크다.
◆ 대하무성 vs 환부작식 vs 자국구국
야권 거물들은 각자 올해의 4자성어 키워드를 제시하며 자신이 염두에 둔 화두를 강조했다.
문재인 대표는 1일 4자성어로 대하무성(大河無聲·큰 강은 소리 없이 흐른다)을 꼽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최형우 전 의원이 즐겨 쓰는 글귀다. 야당 관계자는 “정치상황이 아무리 요동치는 듯 보여도 역사의 물줄기는 순리대로 갈 것이라는 신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환부작신’(換腐作新·썩은 것을 싱싱한 것으로 바꾸어 만듦)를 올해의 4자 성어로 제시했다. 신당을 통해 낡은 정치를 바꾸고 새정치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담았다는 게 안 의원측 설명이다.
국민회의 창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무소속 의원은 ‘자구구국(自救救國) 총선승리’란 문구가 새겨진 떡을 썰었다. ‘자구구국’은 천 의원이 만들어낸 조어로, 먼저 자신을 구하고 나라를 구하자는 뜻이다.
◆ 더불어민주당, 127석에서 118석으로 감소
더불어민주당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3일 기자회견을 하고 탈당을 선언했다. 비주류의 좌장인 김 전 대표가 탈당함에 따라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시작된 더민주의 분당사태는 가속화하게 됐다.
이로써 지난해 12월13일 안 의원의 탈당 이후 추가 탈당한 현역 의원들은 김동철 문병호 유성엽 최재천 권은희 임내현 황주홍 의원에 이어 김 전 대표
특히 김 전 대표의 탈당으로 더민주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창업주(안철수 김한길 전 공동대표) 두명 다 당을 떠나게 됐다.
[이상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