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정의화 의장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긴급 오찬 회동을 가졌다. 획정위가 정 의장의 획정 기준에 따른 선거구획정에 실패하면서 공이 다시 국회로 넘어오자 여야 대표를 만나 다시 한 번 합의 도출을 시도한 것이다. 정 의장은 이날 오찬에 앞서 김대년 선거구획정위원장으로부터 획정위에 대한 상황을 보고받기도 했다.
정 의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상당히 심각한 지경에 와 있다”며 “해야 할 방향으로 뚜벅뚜벅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는 사이 예비후보들은 국회에 대한 법적 대응에 들어가 선거구 혼란에 대한 줄소송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날 20대 총선 출마를 준비중인 새누리당 임정석(부산 중동구), 정승연(인천 연수구), 민정심(경기 남양주) 예비후보는 서울행정법원에 국회를 상대로 선거구 획정을 하지 않고 있는 ‘부작위’가 위법함을 확인하고 조속한 획정을 청구하는 소장을 냈다.
이들은 소장을 통해 “20대 국회의원 선거 5개월전인 2015년 11월13일까지 국회가 선거구획정을 마무리했어야 하나 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위법행위를 하였기에 국회를 피고로 하는 부작위 위법 확인소송을 제기한다”면서 “국회는 위법행위에 대해 책임지고 반성하며 조속히 선거구획정을 마무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현역 의원과 정치신인 사이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예비후보도 있었다. 곽규택 새누리당 예비후보(부산 서구)는 이 지역 현역 국회의원인 유기준 새누리당 의원을 상대로 ‘의정보고서 발송 및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부산지방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비후보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선거구획정이 늦어져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 제한이 계속될 경우 총선 후에도 선거가 불공정했다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20대 총선에 임박해서 선거구가 확정될 경우 총선이 끝난 뒤 낙선한 정치신인들이 현역의원들과의 현격한 형평성의 문제를 거론하며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선거관리 주무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일단 8일까지는 기다려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정 의장이 중재를 하고 있고 8일까지는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도 가능하니 일단 지켜볼 것”이라면서도 “8일까지 안되면 향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날 정치권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열린 올해 첫 최고위회의에서 “온 국민이 새해를 희망찬 다짐으로 시작하는데 국회는 여전히 선거구획정과 경제법안처리 등 핵심 숙제를 해결하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새해를 열게 됐다”고 반성했다.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도 “국회가 법을 만드는 곳이고 가장 먼저 법을 준수하는 기구임에도 이렇게 초법적인 상황을 스스로 초래했다는 것은 국민에게 변명의 여지가 별로 없다”면서 “무책임 정치의 극치라고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획정위에 대해서도 “의장이 기준을 제시했음에도 만약 (획정안을) 못 만든다면, 획정위 존재 이유 자체에 의문을 갖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날 정치권에서는 획정위 단계에서 논의가 막힌 데 대해 획정위의 의사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총 9명의 위원 중 여야 측 위원이 4대4로 팽팽한 데 반해 의결 정족수는 3분의 2라 애초에 의결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정의화 의장도 이날 “4대4로 하기보다 3대3대3으로 하거나 또는 중립적인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도 “획정위의 의결 정족수를 과반수로 바꿔야 한다”며 “정 의장은 이 법안부터 먼저 직권상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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