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에서 꽃가마를 태워주겠다는 말은 마음만 받겠다. 유권자가 태워주는 무등을 타겠다.”(24일 이준석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
4·13 총선을 80일 앞두고 ‘골리앗(정계 거물)’에 도전하는 ‘다윗(정치 신인)’의 출사표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총선에서 기성 정당이 영입한 인물들은 대개 험지가 아닌 옥토를 택했다. 꽃가마를 타고 여의도에 무혈입성하는 이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스스로 힘든 승부를 자처해 단숨에 전국적 스타로 급부상한 사례도 있다. 반대로 신인과 붙어 패배한 거물들은 대부분 정계은퇴 수순을 밟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은 32살인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출마하면서 단숨에 이번 총선의 최대 관심 지역으로 떠오르게 됐다. 노원병과 경남 창원 사이에서 저울질 중인 노회찬 전 진보정의당 대표도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 전 비대위원은 이날 “(나는)중랑천을 타고 올라가는 연어”라며 “올라가려니 불곰 한마리가 있지만 상계동에선 그 곰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고 한다”고 안 의원을 ‘불곰’에 비유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민주국가에서 누구나 출마는 자유”라며 의도적으로 ‘무시’ 전략을 폈다.
이 전 비대위원은 지난 19대 총선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도전했던 손수조 씨와 함께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에 영입된 이른바 ‘박근혜 키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구에 도전장을 낸 최홍 전 ING자산운용 대표도 눈길을 끈다. 과거 공천방식이었다면 아예 불가능했을 도전이다.
최 전 대표는 영도구 신선동 판자촌에서 자라 미국 컬럼비아대 MBA를 마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훤칠한 외모에 자수성가 이미지로 바닥 민심을 훑기 시작했다. 애초 새누리당은 지난 18~19대 총선때 그를 영입하기 위해 꽤나 공을 들였다. 하지만 당시엔 최 전 대표가 고사했다.
최 전 대표는 본지 인터뷰에서 “언젠가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왔고 상황은 어려워졌지만 지금이 그 때라고 판단했다”며 “당선이 보장되는 쉬운 지역보다 고향에서 뿌리를 내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1000명씩 유권자 3만명을 만났다”며 “영도 토박이를 뽑자, 서민 아픔을 아는 사람이 좋겠다는게 지역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 재보선에서 당선돼 당내 최다선·최고령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경기 화성시갑)도 8선 가도에 위협을 받고 있다. 18대 의원을 지낸 김성회 전 지역난방공사 사장과 함께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31살의 리은경 화성시균형발전연구원장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쳐 당내 경선이 뜨겁다.
6선의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충남 논산계룡금산)은 19대 총선에 이어 또 한번 김종민 전 참여정부 대변인(더민주)과 맞붙을 전망이다. 지난 총선에서도 불과 2300여표 차로 신승했다. 5선의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서울 은평구을)에겐 더불어민주당의 임종석 전 의원과 김제남 정의당 의원이 도전한다.
이 밖에 대표적인 야당 여성 정치인인 추미애 더민주 최고위원(서울 광진구을)에겐 새누리당 소속인 정준길 변호사가
4년 전 문재인 더민주 대표와 부산 사상구에서 맞붙었던 손수조 후보는 이번엔 초선의 배재정 더민주 의원과 여성 맞대결을 벌인다. 문 대표는 아직 출마 지역을 정하지 않고 있지만 새누리당이 ‘다윗 카드’를 다시 꺼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신헌철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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