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에서 여야는 국회선진화법의 위헌성 여부를 놓고 격론을 이어갔다.
지난해 1월 새누리당 의원 19명은 “2012년 5월 2일 국회 선진화법에 대한 국회의장의 가결선포를 무효로 해달라”며 국회의장과 기획재정위원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국회의장이 위헌인 국회 선진화법을 근거로 각종 법안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 요청을 거부하는 등 국회의원인 자신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국회법 85조, 85조의2는 국회의장이 법안 직권상정을 위해 심사기간을 지정하려면 여야 합의가 있어야 하고 신속처리 대상안건으로 정하려면 재적의원 5분의3(18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공개변론에는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이 청구인 대표로 나섰다.
주 의원은 “재적 과반수의 의원들이 요구해도 겨우 최소 20명으로 구성되는 교섭단체대표의 동의가 없으면 국가비상사태가 아닌한 본회의에서 전체 의원들의 의사를 확인할 길을 차단했다”며 “이는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국회의 의사를 결정하도록 한 헌법규정에 반해 위헌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 5분의 3 이상의 의원이 찬성해야만 절차가 진행되도록 하는 신속절차조항도 과반인 10분의 5보다 10분의 1을 더 요구하는 한에서는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자유로운 토론과 질의를 전제로 하는 의회주의 원리, 헌법의 다수결의 원리에 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의장이 2014년 12월 17일 북한인권법 등 11개 법안, 올해 1월 6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10개 법안의 심사기간 지정요청을 거부한 것은 무효라는 입장이다.
참고인으로 나선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도 “합의가 이뤄지면 정상적인 의사절차에 따라서 안건을 처리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직권상정의 의미가 없다”며 “재적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라는 가중 다수결은, 사실상 모든 의안에 적용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다수결 원리의 기본적 요청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회의장 측은 “법에 따른 행위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회폭력’과 ‘다수자의 횡포’를 근절하겠다는 법안의 취지에 비춰 국회 선진화법이 위헌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제20대 국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늦어도 제19대 국회 임기 내에 헌법재판소가 신속히 결론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고인인 홍완식 건국대 로스쿨 교수도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엄격히 제한한 것은 일방적 법안처리와 몸싸움이 아닌 설득과 대화를 통해 입법과정을 비폭력적으로 운영하라는 취지를 담고 있다”며 “국회의장 1인의 판단으로 상임위원회의 법안심사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직권상정권한을 엄격한 요건 하에 허용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법에서 헌법 또는 법률에 가중정족수를 규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어 의결정족수를 일반 정족수로 하는 것이 다수결의 원리에서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19대 국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국회선진화법 문제를 해결해 20대 국회로 부담을 떠넘겨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대 국회가 ‘식물국회’, ‘무능국회’라는 악평과 함께 역대 최악의 국회로 꼽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국회선진화법의 탓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에서는 개원 이래 지난 27일까지 총 1만7611건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이 중 7210건의 법안이 처리돼 처리율은 40.9%에 그쳤다. 동물국회로 불리던 18대 국회의 법안처리율 44.8%, 17대 국회 50.3%와 비교해도 낮은 최악의 수준이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부·여당의 법안은 19대 국회 임기가 4개월 밖에 안 남았지만 통과를 기약하기 어렵다. 특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2012년 7월 발의돼 3년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고 박근혜정부가 최대 과제로 꼽고 있는 노동개혁도 야당의 반대에 막혀 논의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여야의 협상 행태도 나쁜 방향으로 변질됐다. 정부나 여당이 제출한 중점법안에 대해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이대로 두면 여야 갈등이 증폭될 수 밖에 없는만큼 차라리 각 당이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제윤 기자 /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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