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북한이 광명성호를 발사하면서 남북간 로켓 기술의 격차가 얼마나 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로켓 개발에 오랜 시간을 투자했던 북한이 1~2단 로켓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안정된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정교한 기술이 필요한 3단 로켓과 관련한 기술력에서는 남한이 앞서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은 빠르면 내년 말 독자 개발한 로켓을 쏘아올려 우주발사체 기술력 점검에 나서게 된다. 북한이 로켓 기술 분야에서 남한보다 2~4년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우주로 물체를 쏘아올리는 로켓 기술은 이미 공개돼 있지만 이를 구현하는 것이 어려워 ‘극한 기술’로 불린다. 1단 로켓의 연료가 제대로 연소되지 않는 ‘연소불안정’ 현상은 1930년대부터 발견됐지만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것처럼 오랜 투자와 경험만이 로켓 기술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1970년대, 소련(옛 러시아)에서 액체로켓 기술을 전수받아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힘써왔다. 오랜 시간 연구를 이어온 만큼 2010년부터 독자적인 발사체 기술 확보에 나선 남한보다는 1단 로켓 기술 분야에서 앞서있다는 평가다. 중국과 일본 등 우주 발사체 기술이 상당한 국가 모두 과거 미국과 러시아로부터 기술이전을 통해 로켓을 개발해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러시아로부터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미사일을 받았고 은하3호와 광명성호 모두 액체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볼 때 고체연료를 활용하는 기술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고체연료를, 우주발사체는 액체연료를 사용한다. 우리나라도 미사일에는 고체연료를, 나로호와 같은 우주발사체에는 액체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위성이 상공 500㎞ 지점인 태양동기궤도에서 지구를 돌면 태양전지가 생성하는 전력량이 일정하고 같은 조건으로 지구를 관측할 수 있다. 따라서 위성을 보유한 많은 국가들은 태양동기궤도에 위성을 올려놓는데 이를 위해서는 위성을 실은 발사체의 각도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유도제어기술이 필요하다. 은하3호와 광명성호 모두 지구 상공 500㎞ 지점에 정확하게 위성을 내려놓는데 실패했다. 3단 로켓의 위치를 제어할 수 있는 정밀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2013년, 나로호 발사 당시 한국이 독자 개발한 2단 로켓은 위성을 정확한 지점에 내려놓는데 성공했다. 당시 발사에 참여한 한 연구원은 “독자 개발한 2단 로켓의 자세 제어, 유도제어 기술은 선진국 못지 않은 상당한 정확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우주발사체에 사용하는 새로운 엔진 및 발사체 개발에 적어도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이번에 북한이 쏘아올린 광명성호는 2012년 발사한 은하3호와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이 광명성호 발사를 통해 로켓 개량화나 안전성 검증 등을 했을 수 있지만 2012년과 다른 큰 기술적인 진보를 이뤘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국내 대학에서 발사체 분야를 연구하는 한 연구원은 “북한이 쏜 광명성호에 대한 기술적 진보 여부는 해상에 떨어진 1, 2단 로켓을 수거한 뒤 분석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독자개발 로켓인 ‘한국형발사체(KSLV-Ⅱ)’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18년 첫 시험 발사, 2020년 기술 완성이 목표다. 특히 한국형발사체는 1500㎏급 탑재체(위성)를 실어나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
고정모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본부장은 “우리는 시작이 늦었다고 보지만 꾸준한 연구개발과 기술력을 통해 독자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를 내년 쏘아올릴 것”이라며 “앞만 보면서 연구에 매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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