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7일 발사한 장거리 로켓 ‘광명성’호는 일단 탑재체를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군과 전문 연구기관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의 능력을 사거리 1만2000㎞ 이상으로 평가했다. 북한이 이 기술을 기반으로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해 발사한다면 미국 동부지역까지 직접 타격권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그러나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작에 필요한 재진입체 제작 기술 등은 아직 습득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탑재체 궤도 진입했는데 왜 미사일?
북한은 지난 7일 중대 발표를 통해 광명성 4호를 궤도에 완전히 성공적으로 진입시켰다며 대대적인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9일 “북한이 발표한 지구관측 위성인 ‘광명성 4호’를 ‘장거리미사일 탑재체’라고 규정했다”고 밝혔다. 국방부의 관계자는 “북한의 발사체는 장거리 탄도 미사일이 목표고, 탑재체는 군사위성 목표”라며 “평화적 목적으로 포장한 미사일 발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9년 조선신보에서 위성 로켓과 탄도탄은 표리일체(表裏一體) 즉 겉과 속이 한몸이라고 인정한 적이 있다”며 “기술적으로 사실상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군 연구기관의 전문가는 “북한이 실제로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증거는 산화제로 적연질산(赤煙窒酸)을 사용했다는 것”이라며 “거의 모든 국가에서 위성발사용 로켓에는 액체 산소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정성이 높다는 이유로 인체에 매우 유해한 적연질산을 사용하는 것은 ICBM용으로 개발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3년여만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자 기술이 얼마나 늘었는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큰 진진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군 연구기관 관계자는 “2012년 12월12일 발사했던 것과 이번 것은 추진체의 낙하위치가 동일하다”며 “그때와 지금 제작 능력이 유사하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로켓 구성품의 신뢰성은 나아졌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군 “1단 추진체 고의로 폭파”
이번 발사에서 특이한 점은 1단 추진체가 270여개로 분리돼 서해 바다에 흩어져 떨어진 것이었다. 7일 서해에서 북한 로켓을 실시간 추적하던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9600t급)은 1단 추진체가 분리된 후 낙하하다가 270여개로 흩어져 떨어지는 것을 레이더로 포착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근거로 북한의 로켓 발사가 실패했다고 추측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북한이 일부러 폭파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 관계자는 “우리측의 추진체 회수 방지를 위해 자폭장치로 폭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난 12년 회수한 1단추진체에서도 폭약이 발견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군은 지난 2012년 12월 북한이 쏘아 올린 ‘은하 3호’ 장거리 로켓의 1단 추진체 연료통과 엔진 등을 서해에서 거의 온전한 상태로 인양해 군 연구기관이 분석했던 적이 있다.
군이 추적 과정에서 2012년부터 짧은 거리까지만 탐지한 것도 논란이다. 지난 번에는 오키나와 상공까지 레이더로 포착했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제주도 서남방까지만 레이더가 탐지한 것이었다. 이에 군 관계자는 “그 때는 2단 추진체를 탐지한 것이어서 크기가 훨씬 컸고 레이더에 잡혔다”며 “이번에는 훨씬 작은 3단추진체와 탑재체를 중심으로 감시작전을 펼쳤고 레이더 성능의 한계 때문에 거리가 짧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 장거리 로켓 왜 요격 안했나
군은 지난 주 북한의 장거리 로켓을 요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일본 정부도 자위대에 파괴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7일 발사된 ‘광명성’ 로켓은 정상적으로 날아갔다. 한·일이 당초 미사일을 파괴하겠다고 한 것은 북한의 발사체가 자국의 영토에 떨어질 가능성이 있거나 영공을 침범했을 때를 상정한 것이었다. ‘광명성’호의 1단·2단 추진체가 낙하한 해역도 예고대로 서해와 동중국해, 필리핀 근해였기 때문에 한·일이 영공 침해를 내세워 요격할 당위성도 없었다. 만약에 한국과 일본이 정상적으로 진행 중인 ‘광명성’ 로켓을 요격했다면 국제적으로 또다른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7일 백령도에 실제공습경보를 발령했다. 평안북도 동창리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발사체가 조금만 방향을 잃고 동쪽으로 날아갈 경우 백령도가 큰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일본은 북한의 로켓이 오작동을 일으켜 오키나와 등지에 떨어질 경우에는 이를 요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경우는 모두 로켓의 궤도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 대비한 것이었다.
◆북한,ICBM 기술 확보했나?
광명성호가 지난 2012년 12월 발사했던 은하3호와 비슷해 아직까지 북한이 ICBM 기술을 확보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지구 상공에 위성을 내려놓을 때 사용하는 발사체와 ICBM에 사용하는 로켓의 1~2단 추진체는 같은 것을 활용한다. 지구로 재진입할 때 사용하는 3단 발사체의 활용 여부에 따라 발사체와 로켓으로 나뉜다. 우주에 인공위성을 놓고 떨어지면 발사체가 되고, 상공에서 지표로 내려올 수 있는 기술이 확보됐을 때 ICBM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광명성호는 발사각과 크기는 물론 1, 2단 로켓이 은하 3호와 비슷한 위치에서 분리되고 떨어진 것으로 볼 때 기술적으로 2012년도에 비해 크게 진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사정거리가 1만㎞를 넘으려면 3단 로켓이 상공 1000㎞까지 향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광명성호는 광명성4호를 지구 상공 450~500㎞ 부근에 내려놓았다.
ICBM 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했을 때 타지 않을 수 있도록 돕는 각도 조정과 고강도 재료 기술 등으로 이는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하다. 이번 북한의 광명성호 발사를 두고 기술적으로 ICBM에 필요한 요소 기술들을 개발했을 수는 있지만 전술적으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액체연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ICBM으로 당장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지나친 해석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ICBM은 원하는 때에 발사해야 하기 때문에 고체연
[안두원 기자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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