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중심의 대북제재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일은 ‘강력하고 실효적인 대북제재’를 위한 3각 공조를 본격화하고 있다. 형식적인 국제사회의 제재가 전혀 소용이 없고,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대북 제재에 효과가 없는 만큼 양자 차원의 독자적인 제재로 북한을 옥죄겠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북한의 미사일을 발사 직후 북한에 대한 일본의 독자 제재를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본 언론은 대북 별도 제재 내용이 북한과 일본간 인적 왕래 제한을 확대하고 북한으로의 자금 유입을 차단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일본 정부가 일본인 납치문제 재조사합의에 따라 지난 2014년 7월 완화한 제재를 부활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이럴 경우 일본 내 북한 당국자의 북일 왕래나 북한으로의 송금 규제를 강화해 북한으로 가져갈 때 보고해야 하는 기준 금액을 낮출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집권 자민당 요구에 따라 핵·미사일 기술자의 왕래를 규제하거나 관련 단체·개인의 자산 동결을 확대하는 것 외에도 선박 검사 강화 등의 방향이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현재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적용해 북한 원자력 총국 등 20개 단체와 개인 12명에 대해 일본 내 자산동결 조치를 내리고 있는데 여기에 단체와 개인을 추가해 북한의 자금줄을 막겠다는 것이다.
NHK는 일본 정부가 인도적 목적을 포함한 모든 북한 선박의 일본 입항을 금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가 독자 제재, 뜻을 같이하는 국가의 제재,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 등 3단계 포위망 구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이르면 다음달 초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조항을 담은 대북제재법안이 의회를 통과,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 절차를 거쳐 발효할 예정이다. 이 법안에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의무화한 조항이 포함돼 있어 북한의 ’돈줄‘을 차단하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은 북한 정부의 검열이나 인권 유린과 관련된 제3국 기관·개인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WMD 확산에 관련된 석탄과 귀금속·흑연·원자재 반가공 금속 등을 거래하는 제3자에 대한 제재도 의무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호주, 유럽연합(EU) 등도 독자 제재 강화의 일환으로 세컨더리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 카드로는 남북ㆍ러시아 협력사업인 나진·하산 물류 프로젝트 중단 등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이미 금융 지원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고, 3월로 예상됐던 이 프로젝트의 본계약 성사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와함께 북한의 고도화되는 핵 능력에 대한 억제력을 확실하게 갖기 위해 미국이 핵우산을 구체화 하고 이를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전 통일연구원장)는 “미국의 핵우산 정책을 군사적으로 담보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핵미사일을 탑재한 전략잠수함을 동해상에 상시 배치하면 북한에 대한 핵응징 능력을 확실하게 갖게된다”며 “B-52 전략 폭격기와 B-2 스텔스 폭격기는 지금처럼 무슨 일이 있으 때만 오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 비정기적으로 한국에 전개하도록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원장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개정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현재 한·미간의 확정억제정책은 양국 합동참모본부나 국방부 간의 합의사항에 머물고 있다”며 “이를 양국의 조약 차원으로 격상시켜 확장억제 공약과 확장 억제 조항을 본문 조약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한·미 공동작전계획에 구체적으로 핵작전을 포함시키고 이를 공식화해서 북핵 억제력 강화에 일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소식통은 “북한이 핵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가장 확실한 방안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핵무기 운용 작전을 한국과 협력해 공동으로 진행시키는 것”이라며 “핵무기 운용 작전은 핵심 기밀사항에 해당되기 때문에 한·미 동맹이 한층 더 강해지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오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면담하고 대북 제재에 대한 유엔 차원의 강력한 대응방안을 긴밀히 논의했다. 윤 장관은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상습적으로 위반하면서 유엔의 권능을 무시하는 행태를 거듭하는데 대해 안보리가 강력하고 실효성있는 제재 결의를 채택해 북한이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그는 “이번 결의가 마지막 안보리 결의라는 엄중한 각오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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