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까지 갖고 나오는건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당장 며칠 이내로 납기가 다가오는 제품들이라도 원활히 가져왔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작업자나 차량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개성공단에서 금형 제조기업을 운영중인 A 대표는 우리 기업인들의 철수작업이 시작된 11일 하루종일 발을 동동 굴렸다. 설 연휴를 맞아 전 직원을 개성공단에서 복귀시켰던 이 회사는 이날 아침 부랴부랴 직원 1명을 현지에 파견했지만 무거운 금형을 차량으로 옮기기엔 역부족이었다.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발표하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개사는 ‘패닉’에 빠졌다. 개성공단에 있는 제품 및 원재료를 반출해와야 영업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데 정부에서 출경(개성공단으로 진입) 인력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면서 반출작업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화물트럭을 동원해 나름대로 제품을 반출한 기업도 있지만 납기를 맞추는데 필요한 물동량에는 한참 못미친다는 것이 기업인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금주 토요일(13일)까지 최대한 많은 원·부자재와 제품을 빼와야 하는데 기업들에게 허용된 것은 하루에 기껏 트럭 한대 정도씩인데다 작업할 인력도 없다”며 “인력을 안전하게 귀환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인력과 차량의 통행을 자유롭게 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개성공단에서 조업이 힘들어지면서 이를 대체할 중국 임가공업체를 찾고 있지만 중국도 춘절연휴라 영업중인 업체가 없다”고 푸념했다.
일부 기업인들은 이번 가동중단 사태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보고 사전 준비에 나서고 있다. 정밀 기계장비의 경우 오랜 기간 전원이 공급되지 않거나 정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주요 부품을 분리해두거나 전원을 차단하고 덮개를 씌워두는 등 준비작업을 하는 것이다.
전자부품 제조기업 B사 대표는 “2013년 5개월 가량 가동이 중단되면서 기계설비가 망가져 큰 피해를 입은 적 있다”며 “봉인까지는 아니지만 장기간 가동하지 않아도 큰 고장 없게끔 엔지니어부터 파견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B사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연휴 내내 공장을 정상가동한 C사의 경우 이미 3명의 주재원이 나가 있다는 이유로 추가인력의 출경을 거부당했다. C사 대표는 “현재 나가있는 인력은 관리직이기 때문에 기계설비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며 “엔지니어를 파견할 수가 없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입주기업들의 불만이 빗발치자 개성공단기업협회도 11일 오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공식적인 대응에 들어갔다. 협회는 기업들이 원활하게 제품 및 원·부자재를 반출해올 수 있도록 1~2주 가량 시간을 더 주고 인력 및 차량의 개성 출입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신 부회장은 “많은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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