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에 따른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으로 국내 기업들이 수천억원을 들인 설비와 원부자재가 ‘그림의 떡’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입주업체들은 원부자재와 재고 확보는 물론 소규모 생산설비 반출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철수 시한을 1주∼2주 가량 연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내 의류업체의 개성법인장은 11일 “오늘 전체(회수해야 할 원부자재·완제품)의 10∼20% 정도 화물트럭에 실어보냈다”며 “설비는 손도 못대고 있다. (설비 반출은) 제외하고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개성공단 가동이 약 160일간 중단됐던 2013년 당시 기업들이 통일부에 신고한 피해액은 1조566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원청업체 납품채무와 재고자산은 각각 2400억원과 2000억원 규모였고 생산설비를 포함한 현지투자액이 5400억원이었다.
운반이 가능한 일부 생산설비는 북한도 반출을 막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가 철수 시한을 늘려 적극적으로 회수를 지원해야 한다는 게 입주기업의 주장이다.
입주기업 관계자는 “컨베이어 벨트를 뜯어오겠다는 것이 아니라 금형(金型)이나 이동 가능한 소규모 설비를 회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반출하기 어려운 설비가 있지만 가져올 수 있는 설비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한 철수시한인 오는 13일까지는 완제품과 원부자재만 가져오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업체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잡화 제조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만 해도 화물트럭 50대는 들어가야 원자재와 재고를 다 가져올 수 있다”며 “한 회사가 사흘동안 트럭 1대씩만 올려보내라는 방침을 정해놓은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지
이 관계자는 “어떤 기업은 트럭 2대, 다른 기업은 트럭 10대가 필요할 수 있고 주재원도 추가로 파견해야 중요한 물건을 가져올 수 있다”며 “정부는 인력만 무사히 귀환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국내에서 생산이 오래 걸리는 자재부터 가져와야 생산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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