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각각 개성공단에 대한 중단·폐쇄를 선언하면서 남측 체류인원들은 지난 11일 늦은 밤 짐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공단에서 추방됐다.
북한이 전면 동결시킨 124개 입주기업들의 완제품과 원·부자재, 생산설비, 사업장 건물 등은 고스란히 북측에 남겨졌다. 북한은 지난 11일 발표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에서 “동결된 설비, 물자, 제품들은 개성시인민위원회가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단내 물자·자산 관리 제대로 안될듯
당초 정부는 우선 개성공단에서 체류인원들을 안전하게 귀환시킨 뒤 북측과 협의를 거쳐 남겨진 물자·자산들을 단계적으로 가져오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이 전격적으로 전면동결을 선언한 이후에는 현실적으로 정부가 북측 관할지역에 위치한 개성공단에서 이를 가져올 방법이 난망해졌다.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개성공단 폐쇄와 즉각적인 체류인원 추방을 결정한 상황에서 물자반출을 위한 정부의 대화제안에 응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결국 개성공단에 남겨진 입주기업들 자산의 운명은 전적으로 북측의 의사에 달렸다. 현재로선 제대로 봉인조차 되지 않은 경우가 많은 이들 물자·자산들이 제대로 관리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북측의 무관심과 부실한 관리 속에서 대부분 재생불능 상태로 망가지거나 도난될 가능성도 크다. 북측은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중단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동결한 남측 자산에 대해 일정한 시차를 두고 최고인민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몰수·처분하는 수순을 밟을수도 있다. 실제로 북한은 금강산 관광중단 이후 한국관광공사와 현대아산, 입주업체 소유 자산들을 몰수·동결하고 일부 시설을 활용해 외국 관광객들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복수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개성시 인민위원회에게 공단 물건에 대한 관리를 맡겼지만 사실상 관리는 고사하고 인민위원회는 물론 군부까지 곶감 빼먹듯 물자와 장비를 처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 소식통은 “정밀설비들은 관리가 조금만 부실해도 이내 고물이 될텐데 이렇게 되면 북측에서 이를 평안남도 평성시장 등에 고철로 내다팔아 중국으로 수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北,불법적으로 자산동결” 비난
12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북측의 개성공단 자산 전면동결 조치에 대응해 발표한 정부 입장을 통해 “우리 국민의 소중한 재산을 훼손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홍 장관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 조평통 성명에서 저급한 표현을 동원해 박 대통령을 비난한 점을 지적하며 “무엇보다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우리 국민을 (공단에서) 추방하고, 생산된 물품까지 가져가지 못하게 하면서 우리 국민의 소중한 자산을 불법적으로 동결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그릇된 행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있을 모든 사태에 대해서는 북한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홍 장관은 밝혔다.
한편 이날 국방 당국은 북한군이 폐쇄 후 군사통제구역으로 설정한 개성공단 지역에 과거 철수했던 부대를 재배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공단 지역 내 북한군 부대 재배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군부대를) 재배치한다면 개성공단을 어떻게 할지도 (사전에) 판단해야 해서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문 대변인은 “과거 북한이 (개성공단 지역에 주둔했던) 6사단 예하 4개 대대 정도를 배치조정했고 2개 대대를 경비대대로 만들
일각에서는 북측이 일정한 시차를 두고 6·25전쟁 당시 주요 남침루트로 활용됐던 공단 일대에 방사포(다연장포)를 배치하거나 기갑부대를 주둔시킬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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