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공백상태가 50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여야가 노동개혁 등 쟁점법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선거구획정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4일부터 시작될 재외국민 선거인명부 작성에 차질이 우려되는데다 각 당의 당내 경선 일정까지 연기되는 등 혼란이 커지고 있다.
15일 오전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의화 국회 의장 주재로 국회에서 회동을 가졌으나 또 “네탓 공방”만 벌이면서 합의도출에 실패했다.
이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은 쟁점법안이 같이 통과되지 않는 한 공직선거법을 할 수 없다고 하는데 그 방식을 포기해야 하고 정 의장도 같은 입장”이라며 “선거 연기에 관한 책임을 새누리가 져야 한다”고 여당을 비판했다. 이어 “테러방지법과 파견법에 분명한 이견이 있어 시간이 필요한데 선거법은 하루 이틀을 다투고 있다”며 “늦어도 내일(16일)까지 시·도별 의석수를, 원유철 대표도 99% 합의한 안을 마무리해서 (선거구획정위에) 보내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선거법도 중요하지만 국회가 최소한 국민 민생 안정과 일자리 창출 위한 법을 그 전에 처리하는 것이 도리”라며 “선거법만 처리하고 국회의원들이 표를 달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뻔뻔하다. 그동안 충분히 협의했으니 노력하면 민생 법안과 국민 안전 위한 법안, 노동개혁법안 합의 처리가 가능하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국회에 따르면 오는 24일부터 재외국민 선거인명부를 만들어야 하는 만큼 23일에는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이 통과돼야 한다. 이에 앞서 국회에서 선거구획정위에 획정기준을 넘기고 획정위가 획정안을 만들려면 늦어도 이번주 안에는 획정기준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정 의장의 입장이다. 그렇지 않으면 재외국민들의 국내주소에 따라 투표용지를 만드는 작업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 의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번 주내에 결정이 나지 않으면 총선을 (제때) 치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총선을 치르려면 23일에 공직선거법이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19일, 이번 주가 아주 고비”라고 여야를 압박했다. 정 의장은 당초 지역구 253석을 기본으로 하는 획정기준을 직권으로 선거구획정위에 보내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여야간 합의가 우선”이라며 아직까지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현재 선거구획정위가 여야 4대 4 동수로, 3분의 2 합의가 있어야 획정위에서 획정안을 의결할 수 있는 만큼 여야 합의가 없다면 획정기준을 보내봐야 소용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작년 12월 31일 정 의장이 246석 기준으로 획정기준을 보냈으나 획정위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전례가 있다.
이처럼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면서 당내 경선 일정까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여야는 당초 선거구 변동 가능성이 없는 지역 등 가능한 곳부터 서둘러 경선절차를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구 공백 상황에서 당내 경선을 실시할 경우 탈락한 예비후보자들이 경선 결과에 불복해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비상이 걸렸다.
또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선거구가 무효인 상황에서 안심번호 제공도 어려워 여야 모두 경선 일정의 전면적인 재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현행 선거법상 따르면 안심번호를 사용하려면 안심번호 사용 23일 전에 선관위에 신청하도록 돼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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