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추궈홍 주한중국 대사의 ‘한중관계 파탄’ 발언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반박에 나서 주목된다.
추 대사는 지난 23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미국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가 한중 관계를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다”고 협박성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주한 미군의 사드배치 문제는 증대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의 자위권적 차원의 조치”라며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고 중국측도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도높게 반박했다.
정 대변인은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 발언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 외교부가 중국측에 설명을 요구해 놓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사드배치에 반발하는 중국의 반대 목소리에 침묵하던 청와대가 이날 공식적인 대응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사드배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대응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주재하는 중국대사가 비상식적인 강경발언을 한 것에 대해 내심 불쾌했던 입장을 피력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솔직히 북한이 핵 실험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 고도화가 이뤄지고 있는데에는 중국 책임이 꽤 많은 것 아니냐”며 “이런 가운데 사드 배치를 놓고 중국대사가 협박성 발언을 한 것은 외교적으로도 상당한 결례”라고 꼬집었다.
그는 “사드 배치는 어디까지나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지, 주변국이 왈가왈부할 성격이 아니다”며 “유엔 안보리 제재가 결정된 이후에도 사드 배치 논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추궈홍 대사에 대해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이날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원유철 원내대표는 “추궈홍 대사가 우리 주권을 무시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하는 발언을 했지만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마디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더민주는 대한민국의 제1야당으로서 비굴한 모습이 아닌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했다”고 비난했다.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주한미군의 사드배치 논의는 안보 측면에서 우리의 독자적 판단에 따른 것이지, 주변국의 간섭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원 원내대표는 또 “김종인 대표가 ‘사드가 실질적 방어 효과가 있나’라고 말하며 중국 입장을 두둔한 것은 기가 막힐 노릇이고 더민주는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인가”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더민주당은 추궈홍 대사와 김종인 대표가 만난 상황에 대해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남기현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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