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묘지 홀로 핀 꽃” “비루한 간신들”…與, 끝없는 유승민 갈등

새누리당은 공천 파동을 마무리하고 총선 국면을 다시 ‘여(與) 대 야(野)’ 구도로 되돌리기 위해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의 여론 향배에 영향을 미칠 마지막 변수인 유승민 의원의 거취는 22일 오후까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현역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공천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사람은 사실상 유 의원 한 명이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유 의원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홍문표 사무1부총장은 “고민하면서 전체적으로 여러 가지를 봐야하지 않겠냐”며 “이왕 기다린 거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만 밝혔다.
◆ 정두언 “지도부, 비루한 간신으로 기록”
유 의원의 정치적 운명은 이날 심야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결론나지 않을 경우 탈당 가능 시한인 23일까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공천배제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제 유 의원의 선택지는 불출마냐, 무소속 출마냐 둘 중 하나다.
유 의원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무소속 출마를 결정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공관위 결정을 보고 최종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결론을 유보했다.
친박계와 중도 성향 의원들 사이엔 새누리당 총선 승리를 위해 유 의원이 불출마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선 유 의원 스스로 불출마 선언을 하고 당에 잔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난 총선때 김무성 대표가 했던 백의종군 방식을 택하는 것이 유 의원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도 옳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 의원과 가까운 의원 가운데 대구에서 유일하게 공천된 김상훈 의원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 “(유 의원이)출마를 포기할 분은 아닌 것 같고 무소속 출마를 결행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유승민계로 분류돼 의도하지 않은 희생을 당한 분들이 많다”며 “선거가 끝나면 바둑 복기하듯 스스로 짚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유 의원은)지금 공동묘지에 홀로 꽃이 피는 그런 형국이어서 이 부분은 본인의 정치적 외연 확장을 위해서도 한 번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유승민 사단’으로 낙인찍혀 희생당한 의원들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거론하는 듯한 발언이다.
유 의원 거취를 놓고 계파간 신경전은 계속됐다. 정두언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 인사들은 총선에 패배한다면 1차적 책임을 지는 것과 동시에 역사에는 비루한 간신들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도부와 공관위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이번 총선 과정의 대미를 포용과 화합으로 장식해 극적인 반전을 이루어낼 것을 호소한다”고 말해 유 의원 공천을 간접 제안했다. 친박계는 압박을 계속했다. 홍문종 의원은 공관위 결정이 지연되는 데 대해 “유 의원을 최대한 예우하는 것이고 애정의 표시”라며 “당당하게 걸어나가라고 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 TK 무소속 출마 러시
현역 의원이 대거 탈락한 TK(대구·경북) 지역에선 무소속 출마자가 줄잡아 30여명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김태환(3선·구미을), 권은희 의원(초선·대구 북갑) 등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무소속 출마를 위해 필요한 ‘추천장’을 받아간 TK 지역 예비후보만 20여 명이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무소속 출마를 원하는 후보는 선거구 내에 주민등록된 300인 이상 500인 이하의 추천을 받아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대구에선 공천 탈락한 류성걸(초선·대구 동갑), 주호영(3선·대구 수성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홍의락 후보 등 10여명이 추천장을 챙겼다. 경북에서도 15명이 넘는 후보가 추천장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무소속 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후보들까지 나설 경우 TK 무소속 연대의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편 이날도 컷오프를 당한 강길부 의원(3선·울산 울주군)과 박기준 예비후보(울산 남갑) 등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막말 파문으로 공천에서 배제된 윤상현 의원(재선·인천 남을) 역시 무소속 출마로 가닥을 잡고 조만간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공천 배제된 박대동 의원(울산 북)은 이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신헌철 기자 / 추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