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지난 2011년 ‘성능미달’ 방탄복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전직 고위장성 등 군 관계자들이 금품과 재취업을 약속받고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23일 감사원은 이같은 내용의 ‘전력지원물자 획득비리 기동점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군은 2007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5년간 총 28억원을 투입해 첨단 나노기술을 적용한 액체방탄복을 개발했다. 액체방탄복은 2010에는 공인시험기관으로부터 철갑탄을 막아낼 수 있는 뛰어난 성능을 인정받았다.
당초 국방부는 올해까지 이같은 고성능 액체방탄복을 각 군에 조달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국방부는 2011년 갑자기 액체방탄복 조달계획을 철회하고 일반 소총탄만 막을 수 있는 민간업체의 ‘다목적 방탄복’을 도입하기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감사원은 2011년 당시 국방부 실장으로 재직했던 고위 장성 B씨(현재는 전역)가 한 방산업체로부터 ‘방탄복 공급을 독점할 있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기존 철갑탄 방호용 방탄복 조달계획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B씨는 민간업체가 개발한 다목적 방탄복을 수의계약 형태로 구입하기로 결정하고 성능 기준도 ‘보통탄 방호’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결국 이 업체는 국방 당국으로부터 총 2700억원 상당의 방탄복 독점공급권을 따냈다. 또 부당한 납품계약의 대가로 B씨의 부인을 계열사에 위장 취업시켜 지난 2014년 3월부터 11월까지 39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
일부 군 관계자들의 욕심 때문에 해외파병 등 특수임무에 종사하는 군 장병들이 철갑탄에 뚫리는 성능미달 방탄복을 지급받고 고스란히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방위사업청은 이 시기에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액체방탄복의 군 적용을 위한 시험평가를 의뢰받고도 무시했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육군사관학교 산하 연구소는 방탄복 사업자 선정 전 해당 민간업체에게 방탄복 시험시설과 장비을 무단 제공하는 등 부당한 특혜를 줬다. 특히 전 육사 교수 K씨는 2009년 8월~11월 3차례에 걸쳐 탄약 534발을 무단반출해 이 방산업체에게 제공하거나 타업체의 시험결과를 베껴 허위로 방탄시업 성적서를 작성해줬다. K씨는 부정행위의 대가로 해당 방산업체 주식 등 1억 1000만원
감사원은 국방부 장관과 방위사업청장에게 “관련 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업체 등에 대해 방탄복 공급독점권을 취소하고 제재방안을 강구하라”고 통보하고 퇴직공직자에 대한 취업실태 점검을 강화하도록 요구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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