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기간 이틀째를 맞아 본격적 선거운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각 당 대표의 ‘3인 3색’ 유세 스타일이 관심을 끌고 있다. 전국 단위 선거를 몇 차례나 치러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관록과 경험을 앞세우는 반면, 초보인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면서도 점차 진화하면서 유세 현장을 누비고 있다.
◆동생처럼 업어주고 챙겨주는 무대
김무성 대표는 ‘무대(무성 대장)’라는 별명대로 ‘큰형님 스타일’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5선 의원답게 유세 현장 분위기를 장악하는 한편 큰형님처럼 해당 후보들을 챙겨주고 추켜세워준다. 1일 수원 유세에서 김 대표는 수원무에 출마한 정미경 의원에 대해 “가장 사랑하는 제 조카와 같은 정 후보를 소개한다”며 “국회에서는 이 자그만한 몸을 가지고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일 잘하는 의원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어 “정 후보가 집권 여당의 3선 중진의원이 되면 아마 대한민국 최초 여성 국방위원장이 될게 틀림없다. 최대 숙원사업인 수원비행장 이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원을에 출마한 김상민 의원은 물론 그 부인 김경란 아나운서까지 유세 트럭에 태워 축복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김 의원보다 더 인기있는 김경란 아나운서, 이 부부는 신혼살림을 선거구에 차렸다”며 “이 젊은 신혼부부를 격려해주시기 바란다. 김 의원을 새누리당의 차세대 지도자로 반드시 키워나가겠다”고 말해 박수를 유도했다.
동생들을 챙기는 큰형님처럼 후보들과의 스킨십을 강조하는 어부바 퍼포먼스도 그의 브랜드다. 지난달 31일 김 대표는 마포을 김성동 후보 지원 유세에서 “제가 각종 재보궐 선거에서 (후보들을) 업어주면 다 당선됐다”며 “오늘 김성동 동생 한번 업어 보겠다”며 김 후보를 업어줬다. 서대문갑에 출마한 이성헌 후보도 이날 김 대표에게 업혔다.
원고에 없는 애드립도 즐겨쓴다. 지난달 31일 마포갑 안대희 후보 유세차량의 마이크가 안 나오자 육성으로 연설을 한 뒤 “오늘은 선거 시작인데 마이크 없이 연설하면 다른 지역 유세를 못한다. 이 정도로 유세를 끝내도 이해해달라”며 상황을 마무리했다.
한 새누리당 당직자는 “정치를 오래 한 사람답게 힘 조절을 잘하고 유세 감각도 탁월하다”며 “애드립을 잘 쓰는데 그러다 탈이 날까 걱정될 때도 있다”고 평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박근혜 대통령은 애드립이 거의 없었다. 원고대로만 연설해서 녹음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면서도 “박 대통령은 목소리가 또렷해서 전달력이 좋았다. 대통령이 간 곳과 안 간 곳 지지도가 10%포인트 이상 차이 나기도 해 ‘선거의 여왕’이란 수식어를 실감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 김종인, 학자처럼 ‘정확한 숫자’ 앞세워
김종인 대표의 유세 현장은 대학교 강의를 떠오르게 한다.
지난 달 31일 서울과 경기도 안산 지역 유세에 나선 김 대표는 1일 전북 지역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틀의 유세 활동에서 김 대표는 연설 때마다 정확하게 수치를 앞세운 연설로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에 맹공을 가했다.
공식 유세활동 첫날 김 대표는 “청년 일자리를 70만개 늘리겠다”, “소득 하위 70% 어르신에게 기초연금 30만원을 차등없이 지급하겠다”, “국민들에게 경제 실패 원인을 물어보면 45% 이상이 경제정책 실패라고 말한다”고 말하는 등 세밀한 연설 내용으로 유세 활동을 진행했다. 더민주 관계자는 “당에서 회의를 할 때 연설문을 준비해줘도 본인이 즉흥적으로 말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며 “오랜 기간 강의를 해왔기 때문인지 수치를 말할 때 틀리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반면 1일 전북 지역 유세에서는 수치 언급 빈도를 줄이고 더민주 후보의 강점을 홍보하는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수치를 언급해 유권자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일을 피한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유세 스타일이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또 연단에서 내려오면 유권자들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는 등 살갑게 다가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스타일이 지난 해 4·29 재보선을 앞두고 유세 활동에 나선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스타일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시 문 전 대표는 “유권자들에게 간절하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권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이를 두고 ‘대권 주자인 문 전 대표가 대선을 염두에 두고 유세활동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기도 했다..
김 대표는 20대 총선이 끝난 뒤 당에 남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더민주의 새 얼굴’을 노리는 김 대표인만큼 이번 유세활동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면 김 대표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무조건 열심히”.. 시민 한 명 한 명에 악수·인사
공식 선거운동 기간 첫날인 지난달 31일 오후,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의 목소리에는 쇳소리가 섞이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시민들마다 일일이 악수와 인사말을 건네니 오후부터 목소리가 쉬기 시작한 것이다. 한 측근은 안 대표의 유세 활동 특징을 묻자 “무조건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 스스로도 “제가 (가진 건) 체력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는 유세 복장 또한 최대한 오래 활동할 수 있는 편한 차림을 선호한다. 안 대표는 스스로의 복장을 ‘동네 아저씨 복장’이라고 평가한다.
일각에서는 그를 ‘유세 모범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간 관리가 철저하고, 비난을 하는 시민 앞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먼저 악수를 청하면 일일이 응해주는 편이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총 12개 선거구를 돌면서 안 대표는 주로 약속된 시간 5분 이내로 현장에 도착했다. 간혹 ‘시비’를 거는 시민이 있어도 안 대표는 웃어 넘겼다. 욕설을 퍼붓는 한 시민에게 그는 “좋은 하루 되십시오”로 대
안 대표는 심지어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 운동원에게까지 인사를 건냈다. 그는 이날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 수락산역 출근 인사 중 이준석 새누리당 후보 측 여성 운동원 4명이 다가오자 먼저 인사를 청하기도 했다.
[우제윤 기자 / 김강래 기자 / 유준호 기자 / 전주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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