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무려 3시간10분간에 걸쳐 미중일 3국 정상과 잇달아 회담을 열어 전방위 북핵 외교전을 펼쳤다.
한미 정상회담은 15분, 한미일 3자 회의는 1시간15분, 한일 정상회담은 20분, 한중 정상회담은 1시간20분간 진행됐다.
우리 대통령이 이처럼 단 하루에 미일중 등 주요국 정상과 연쇄적인 양자 및 3자회의를 가진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한반도는 물론 지역 및 세계무대에서 한국 역할에 대한 주요국의 관심과 기대는 물론 우리와 주요국의 양자관계 발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오후 6시17분 한중 정상회담을 끝으로 미중일 연쇄 정상회담을 마친 박 대통령은 곧바로 백악관으로 이동해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 정상 업무만찬에 참석하는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박 대통령은 전 세계 52개국 정상·지도자들과 4개 국제기구(UN, 국제원자력기구, 인터폴, EU) 대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업무만찬 발언을 통해 강경한 대북 제재 의지를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오직 김정은 정권의 유지를 위해 핵 비확산, 핵안보, 원자력 안전에 관한 모든 국제규범을 무시하면서 20년 넘게 무기급 핵물질 생산과 축적을 계속하고 있다”며 “북한이 생각과 행동을 바꿔 비핵화의 길로 나올 수밖에 없도록 국제사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북한에 단호하고 일치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여기 모인 우리 모두는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비전의 실현을 위해 지난 수년간 함께 노력해 왔다”며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면서 국제사회 노력에 정면 도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수십개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박 대통령이 북한 핵도발을 규탄하고 단호한 제재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2009년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핵시설 접근을 차단한 이후,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물질 생산과 축적, 관리현황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라고 우려를 표한 뒤 “과거 북한의 사이버 공격과 무인기 침투 시도를 감안하면, 이같은 새로운 기술을 악용해서 원자력 시설의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핵무기 없는 세상은 한반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나의 생각은 확고하며, 북한 비핵화는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국제사회 핵안보 증진을 위해 필수적 과제”라고 역설했다.
지난달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발생한 테러와 관련, 박 대통령은 “테러행위를 강력히 규탄하고 희생자와, 유가족, 벨기에 정부와 국민들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표한다”며 “폭력적 극단주의 세력이 핵시설과 핵물질을 수중에 넣어 전세계를 위협할 수도 있고, 자생적 테러리스트
[워싱턴DC =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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