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을 앞둔 전북 전주시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전주을·병 선거구가 총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을은 전북에서 최초로 세 개의 정당(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이 대등한 대결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전주병에서는 더민주가 광주·전남에서 북상하고 있는 ‘제3당 바람’을 막느냐 못 막느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역 민심은 다양했다. 전주 덕진동에서 핸드폰 가게를 운영하는 박 모씨(40)는 “어차피 더민주와 같은 세력인 국민의당의 등장은 옳지 않다. 너무 목소리가 많아도 나라가 갈길을 못간다”고 말했지만,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1학년인 한 청년은 “3번이 더 신선해 보인다”고 했다. 전주역 앞에서 만난 60대 택시기사 고 모씨는 “한 때 전주가 6대 도시였는데 만날 야당만 있으니 발전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북 전주병에 출마한 김성주 더민주 후보와 정동영 국민의당 후보에게는 ‘카인과 아벨’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두 사람은 전주고·서울대 국사학과 선후배 사이다. 김 후보는 한때 정 후보 선거 정책공약을 총괄했고, ‘정동영의 오른팔’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한 때의 동지였던 두 사람 사이 ‘옛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최근 지역 방송토론 녹화 후 카메라가 꺼진 상태에서 “할 말이 따로 있지 않느냐”며 설전을 벌였다고 한다.
김 후보는 지난 6일 오전 전주 인후동 안골노인복지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번 선거는 전주의 자존심이 걸린 총선”이라며 “전주가 정동영 전 의원을 3번이나 뽑아줬는데, 도대체 한 게 뭐가 있나”라고 비난했다. 그는 복지관에서 만난 유권자들에게 “우리가 정 전 의원을 뽑아줘야할 빚이라도 졌느냐”고 했다.
헝클어진 머리와 운동화 차림으로 복지관을 찾은 김 후보의 목소리에는 잦은 유세 탓에 쇳소리가 섞여 있었다. 김 후보는 “안철수 대표가 야당을 분열시켜 지금 상황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관에 식사를 하러 온 어르신들에게 “나는 4년 동안 죽도록 일했다”며 “그런데 정 전 의원은 한 게 뭐가 있나. 여기에 살지도 않았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선배가 후배 키워줄 생각은 안하고...”라며 정 후보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 후보는 같은날 오후 팔복동 남양아파트 앞 유세 중 “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정치인이었지만, 밖으로만 돌아다니며 전주 시민의 손을 잡아주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팔복동은 전주에서 비교적 낙후된 지역으로, 역대 선거에서 정 후보에게 많은 표를 안겨준 지역이다. 비가 내리는 상황 속에서도 정 후보는 구두를 신었고, 그의 머리 또한 잘 손질돼 있었다.
정 후보는 이날 오전 전북도의회에서 “국민의당에는 전북 출신 비례대표만 3명”이라며 “당선되면 전북 밥그릇을 확실히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고령층이 은퇴 후 전북으로 돌아오도록 유도하는 ‘연어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다. 정 후보는 발표 후 더민주를 겨냥해 “지난해 전북 예산은 0.7%밖에 안 올랐다”고 지적했다.
팔복동에서 만난 양 모씨(45)
[전주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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