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 |
당초 국민의당과의 야권 분열로 인해 수도권에서 참패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상을 깨고 약진이 예상되는 셈이다. 더민주의 약진 가능성이 점쳐지는 데 있어 핵심 원인은 야권 성향 유권자들의 교차 전략 투표, 새누리당 이탈층의 국민의당 지지 등을 꼽을 수 있다.
수도권에서 더민주가 20~30대 청년층과 친노·운동권 성향의 표를 흡수하고 국민의당이 정통 호남 세력의 지지를 확보할 경우 새누리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야권 성향 유권자들이 비례대표는 지지정당에 투표하더라도 지역구에서는 야권에서 앞서고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교차 전략 투표를 실행하면서 새누리당의 어부지리 효과가 반감됐다. 또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에 실망한 여권 성향 이탈표가 일부 국민의당으로 흡수된 것도 더민주 약진 가능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에 실망했지만 그렇다고 더민주에는 손길이 가지 않던 유권자층이 국민의당으로 쏠렸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더민주가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전격적으로 영입하면서 중도층 성향 유권자들에게 어필한 것도 득표 요인이 됐다. 김 대표는 북한궤멸론, 대북제재 불가피론, 민주노총 개혁론 등을 언급하며 기존 더민주 지지층과는 다른 입장을 표명하면서 중도층 성향 유권자들의 더민주에 대한 반감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또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 등 참신한 신진인사들을 대거 영입한 것도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는 분석이다.
더민주의 약진이 예상되면서 총선 이후 당내 역학관계에도 관심이 쓸린다. 일단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로 대표되는 범주류 측의 당내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문재인 전 대표가 새로 영입한 인사들과 기존 친노 성향으로 분류되던 의원들이 상당수 당선됨에 따라 친노 진영의 당내 장악력이 더욱 커지게 됐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도 당초 107석에 미달하면 대표직은 물론 비례대표 의원직까지 버리겠다며 배수진을 쳤지만 총선에서 더민주의 약진이 예상됨에 따라 당내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 측과 문재인 전 대표 측이 향후 당 운영 방안과 정책 노선을 놓고 충돌할 가능성이다. 양측은 총선 과정에서 비례대표 공천,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방문 등의 문제를 놓고 이견을 노출했지만 큰 틀에서 예상보다는 잡음이 적었다. 오히려 김종인 대표는 북한궤멸론 등으로 중도보수층을 견인하고 문 전 대표는 진보 개혁층 결집에 나서는 절묘한 역할 분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총선 이후 상황은 이전과 다르다. 당장 당 대표와 원내대표 경선을 놓고 양측의 대립이 불가피하다. 김종인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의 개혁 철학을 실천하려면 본인 뿐 아니라 자신이 직접 영입한 최운열 후보(비례 4번), 박경미 후보(비례 1번), 진영 후보(서울 용산) 등이 당내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필요성이 있다. 문재인 전 대표 측에서도 내년 대권 도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당 대표를 비롯한 주요 포스트에 친노 의원들을 포진시켜야 한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2·8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이후에도 곧바로 4·29 재보선에서 패배하면서 주요 당직에 친문인사를 중용하지 못했다. 총선에서 친문 진영이 약진하면서 당권은 물론 원내대표직까지 친노 진영이 차지하려할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측이 사전조율을 통해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수 있겠지만 과거 당권 경쟁의 사례로 볼 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책 노선 측면에서도 화약고가 도사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제에 강경한 자세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양측이 충돌할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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