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참패로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lame-duck)’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국내는 물론 외신들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의 집권 말기에 나타나는 권력누수현상인 레임덕. 이 현상을 겪고 있는 대통령을 왜 다른 동물이 아닌 오리에 비유했을까. 또 레임덕이란 용어는 언제 어디에서 처음 쓰이기 시작했을까.
◆ 레임덕이란
레임(lame)은 ‘다리를 저는, 절름발이의’란 뜻이다. 레임덕은 임기만료를 앞둔 공직자의 통치력 저하를 기우뚱 기우뚱 걷는 절름발이 오리에 비유해서 일컫는 말이다.
이런 풍자적인 표현에서 펭귄이나 돼지가 아닌 굳이 ‘오리’를 사용한 데에는 ‘이미 쓰러진 오리에 탄약을 낭비하지 말라’는 미국 사냥꾼들의 이야기가 바탕이 됐다. 낙선했거나 지도력공백을 겪고 있는 정치인들을 총 맞고 쓰러진 오리와 다름 없다고 표현한 것이다.
◆ 레임덕의 유래
레임덕이라는 용어를 가장 처음 쓴 곳은 정치가 아닌 경제 분야였다. 레임덕은 1700년대 채무 불이행 상태가 된 증권 거래인을 가리키는 단어로 등장했다. 이후 1860년대부터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레임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1933년 이전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는 11월에 대통령선거를 치르고 당선된 후보의 임기는 다음해 3월 5일에 시작되도록 규정돼 있었다. 따라서 현직에 있는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경우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될 때까지 대통령직에 있어야 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나 언론의 초점은 새로 당선된 대통령에게 쏠리게 돼 자연히 현직에 있는 대통령은 레임덕 현상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를 예방하기 위해 미국 의회는 1933년 10월 대통령 임기의 시작을 3월에서 1월 20일로 앞당기는 수정 조항을 마련해 대통령의 권력이 이완되는 기간을 단축시키기도 했다.
◆ 언제 나타날까
전문가들은 레임덕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한다.
우선 통치자의 임기 말이 가까워지면서 권력에 대한 힘이 약화되고 쇠퇴하는 경우 일어나기 때문에 권력이 자연히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두 번째는 통치자가 재임기간 동안 국내정치, 국제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걸쳐 국민의 기대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인데, 이 때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통치자로부터 멀어지면 레임덕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 위기의 오리들
레임덕과 같이 대통령이나 정치인의 상황을 오리에 비유한 또 다른 용어들도 있다.
‘브로큰덕(broken-duck)’은 대통령의 권력통제 불능상태를 지칭하는 말이다.
브로큰덕은 조지 W.부시 미 대통령의 퇴임 전인 2009년 1월 20일,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 법안이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것을 두고 미 언론들이 “부시 정권이 레임덕을 넘어서 브로큰덕에 이르렀다”고 보도하며 사용하기 시작했다.
임기 말의 권력이 약화된 공직자를 ‘절름발이 오리’에 비유하는데 부시 대통령의 경우 이 단계를
이밖에도 ‘데드덕(dead-duck)’은 죽은 오리로 레임 덕보다 더 심각한 권력공백 현상을 지칭한다. ‘시팅덕(sitting-duck)’은 앉아 있는 오리로, 어수룩해서 이용당하거나 공격받기 쉬운 사람이나 대상을 의미한다.
[디지털뉴스국 김지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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