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당권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밝혀 주목된다.
김 대표는 22일 오후 국회에서 김은혜 MBN 앵커와 인터뷰를 갖고 “솔직히 당권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면서 “국민들에게 수권정당의 태세를 갖출 수 있게 해주기 위해 여기(더민주) 왔다고 약속했는데 이 약속은 어느 정도 이행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당내 일각의 ‘김대표 합의추대론’과 관련해 “우리당의 생리로 봐서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공연히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것저것을 이야기해 가지고 국민들에게 짜증난 모습을 보여주게 되면 별로 희망이 없기 때문에 당선자들이 당을 위해서나 본인을 위해서나 자제해 주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는 24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김 대표는 “처음에 왔을 때 우려를 했지만 오자마자 비교적 당이 진정돼 선거를 무사히 치를 수 있게 됐고 당은 안정 상태가 됐다”면서 비대위 대표로서의 소회를 밝혔다.
김 대표는 또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평의원들이야 자유자재로 이야기할 수 있지만 문재인 전 대표는 대권을 생각하는 분이기 때문에 일반 평의원들과는 좀 다를 것”이라면서 “문 전 대표는 대권을 향해 가려면 당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일반 의원들과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당내 차기 대권 주자에 대해선 “문 전 대표가 여론조사상으로는 제일 우위에 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같은 사람들도 출마할 수 있고 지금으로서는 예측 불가”라면서 “누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인의 대권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그런 질문은 하지 말라”면서도 “대통령이 될 사람은 스스로 ‘내가 5천만 국민을 행복하게 해줄수 있을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유승민 무소속 의원에 대해서도 평가를 이어갔다. 김 대표는 “안철수 대표가 총선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호남이라는 특수성을 잘 파악했기 때문”이라면서 “호남 민심이 문 전 대표에게 멀어져 있는 상황을 100% 활용했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에 대해 그는 “새누리당에서 어떻게 지지세력을 확보하느냐에 따라서 대권 후보 여부가 달려 있다”면서 “본인의 자질이나 노력으로 봤을 때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김 대표 추개 놓고 범친노 균열
더민주 내에선 김 대표 본인의 당권 고사에도 불구하고 합의추대와 당권 도전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19대 국회에서 친노 진영과 줄곧 협력 관계를 이어가던 정세균계, GT(고 김근태 의원)계 등 범친노 진영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19대 국회에서 범친노계는 친문·친노 직계, 정세균계, GT계, 기타 친노 그룹 등으로 구분돼 왔다. 이 중 정세균계·GT계는 친문 직계와 비례대표 중심의 기타 친노 그룹과는 성향상 차이가 있었지만 지난해 비주류 진영의 ‘문재인 퇴진’ 파상 공세가 이어지면서 ‘당의 단합’을 위해 범친노로 결집해왔다.
그러나 20대 국회로 접어들면서 범친노 그룹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공천 과정에서 정세균 의원, GT계와 가까운 박원순 서울시장 측근들이 배제되면서 균열 지점이 생긴 데다 야권의 세력 재편기에 목소리를 내면서 ‘정치적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친문 진영에서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전면에 내세우고 치른 총선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고 보고 김 대표가 ‘당의 얼굴’을 계속 맡는 것이 대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합의추대가 가능하겠느냐”면서 유보적 입장을 피력했지만, 이미 최인호 당선자, 최재성 의원 등 친문 그룹 인사 중 “못 할 이유가 없다”며 합의추대론에 힘을 실어주는 인사들이 나오고 있다. 합의추대론에 반대하더라도 경선을 통해 김 대표에게 대표직을 맡기자는 의견이 친노 진영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정세균계와 GT계는 합의추대론에 부정적 의견을 표출하며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세균 의원은 “경쟁이 있는 상황에서 당대표를 추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계파 수장인 정 의원이 국회의장직에 도전한 가운데 총선 과정에서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진표 당선자를 중심으로 결집할 전망이다. 다만 김 당선자가 “전당대회를 6개월 후로 연기하자”고 제안한 것이 변수로 떠올랐다.
◆ 김 대표 구조조정론 놓고 노선투쟁 조짐도
더민주 내 최대 계파 중 하나인 GT계에서도 합의추대론에 거부 반응을 보였다. GT계 설훈 의원은 22일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김 대표가) 역할을 다 했으면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GT계 대표 주자인 이인영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특정인을 추대하는 것은 민심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합의추대론에 제동을 걸었다. 이 의원은 GT계 지지를 기반으로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또 “기업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인정할 수 있지만 기존처럼 재벌 대기업의 이익을 옹호하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면서 “과잉 공급 분야를 선제적으로 조정할 경우 최소한 특별실업부조 등 근로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새로운 구조조정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내용상 근로자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어서 향후 당내 노선 투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GT계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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