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 방문 마지막 날인 3일(현지시간) 오전 테헤란 에스피나스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이란 비즈니스 포럼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등과 참석하고 있다. [테헤란 = 김재훈 기자] |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테헤란 에스피나스 팰리스 호텔서 열린 한·이란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해 “최근 핵 협상을 타결하고 경제발전에 나선 오랜 친구 이란과 공동 번영의 길을 모색하고자 이곳에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포럼엔 박 대통령을 비롯해 윤병세 외교부장관, 주형환 산업부장관, 최태원 SK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황창규 KT 회장 등 우리측 인사 300여명과 모하메드 레자네맛자데 산업광물무역부 장관 등 이란측 경제인 200여명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포럼 축사에서 “양국 선박의 자유로운 입출항을 보장해 그동안 양국 기업들이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입으로 겪었던 불편과 비용을 줄여 드리겠다”며 “양국 정부는 한국에 이란 데스크를, 이란에 코리아 데스크를 설치키로 한 만큼, 상호 애로가 해소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한국이 30년 이상 축적한 석유·가스 인프라스트럭처 건설과 운영 경험을 이란 투자계획에 접목해 상생 협력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축사 말미에 박 대통령은 이란의 국민 시인 허페즈를 인용하며 친근감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허페즈는 ‘우정의 나무를 심으면 그 열매는 영원한 행운이다’고 했다”며 “오늘 우리가 우정의 나무를 함께 심는다면 영원한 행운이 우리와 함께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모바파끄 버쉬드! 케일리 맘눈(여러분의 행운을 빕니다, 감사합니다)”이라는 이란말로 축사를 마무리했다.
전날 박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정상외교에서 최대 52조원 규모 ‘수주대박’ 쾌거를 이룬 가운데, 이와 별개로 박 대통령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우리 중견·중소기업들도 6000억원 이상 수주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모두에게 이란발 ‘제2 중동 특수’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우리 중견·중소기업 제품을 사기 위해 무려 500곳에 육박하는 이란 기업이 1대1 상담회에 몰려 한국 제품에 대한 이란 현지의 관심을 실감케 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대통령 경제사절단 ‘1대1 상담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우리 기업 123개가 참여한 가운데 지난 2일 테헤란서 열린 1대1 상담회를 통해 총 31건, 5억3700만달러(한화 약 6117억5040만원) 규모의 실질적 수출 성과(MOU 체결 등)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수출 성과는 지난해 3월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때 처음 1대1 상담회가 열린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종전 최대 실적은 사우디 방문 당시의 4억달러였다.
1대1 상담회 한국측 참가 기업수(123개)도 이번이 가장 많았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측 참가 기업수도 역대 최대였다. 이번 1대1 상담회에 참가한 이란 기업들은 총 494개로, 종전 최다였던 중국 방문 당시의 198개를 훨씬 뛰어 넘었다. 이란 1~2위 완성차 업체인 이란호드르와 사이파가 나란히 참가해 눈길을 끌었고 ,이란 2대 통신사인 이란셀과 이란 최대 슈퍼마켓 회사인 레파, 이란 최대 토목설계 업체 MAHAB 등 참여한 업체 면면도 수준이 높았다.
안 수석은 “그만큼 한국 기업에 대한 이란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상당수 이란 기업들은 한국 기업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참가기업과 관련해 주목되는건 지방 중소기업들의 참여가 대폭 늘어났다는 점이다. 기존엔 참가 기업중 16% 정도가 지방 중소기업이었으나, 이번엔 40%(49개사)가 지방 소재 중소기업들이었다.
이번에 수출 성과를 올린 회사중 덴티스는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로부터 스마트공장 지원을 받은 인플란트 전문 업체로 최근 의료용 LED·바이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왔다. 이 회사는 자체적으로 25년 전통의 이란 의료기기 바이어와 수출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이 바이어가 해외업체와의 신규 접촉에 미온적이었던데다 덴티스 무명업체였던 관계로 협상이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덴티스가 대통령 경제사절단에 포함되자, 이 바이어는 “믿을 만한 업체”라며 향후 5년간 1000만달러 수입을 명시한 MOU를 전격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1대1 상담회는 박 대통령이 매우 큰 애착을 갖고 있는 정상외교 핵심 콘텐츠다. 지난해 해외순방때부터 중소기업인들을 경제사절단에 대거 포함시킨 박 대통령은 수시로 “해외 1대1 상담회는 내가 직접 챙기겠다”
박 대통령은 포럼이 끝난 후 이란 동포 대표들을 접견하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양국 관계발전에 기여해 온 동포들을 격려했다. 현재 이란에는 건설사·상사 주재원, 자영업 종사자 등 330여명의 동포들이 거주하고 있다.
[테헤란 =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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