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권 출마를 강력 시사한 가운데 이에 대한 여야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반 총장은 25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클럽 포럼에 참석해 퇴임 이후 대권 도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을 했으니 기대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겠다”라고 답했다.
이어 “내년 1월 1일이면 유엔 여권을 가진 사람이 아닌,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를 그때 결심하겠다”고 덧붙였다.
반 총장의 이번 답변은 지난해 송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를 대선 주자 여론조사 대상에서 빼 달라”는 입장과 달라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소속 정당과 계파, 출신 지역 등에 따라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
새누리당에선 친박계, 특히 반 총장과 같은 충청권을 중심으로 크게 반색하는 분위기다.
이날 관훈클럽 포럼에 참석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반 총장의 발언에 “나라가 어려울 때 충청 출신들이 먼저 떨치고 일어난 사례가 많지 않으냐”며 “지금은 나라가 어렵다”는 고무된 입장을 내비쳤다.
한 충청권 친박계 중진 의원은 “충청권 혹은 중부 지역에서 차기 대통령이 나와야 국가 통합이 가능하다”는 충청 대망론을 내세워 반 총장의 대권 명분을 뒷받침했다. 이 중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반 총장의 사전 교감이 없었겠느냐”며 반 총장이 친박계가 지원하는 후보임을 드러내며 반 총장을 중심으로 여권의 정권 재창출과 충청 대망론을 달성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같은 새누리당이라도 비박계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한 비박계 중진 의원은 “오늘 나온 발언 정도로 반응을 내놔야 하느냐”며 “특정 계파가 준비하고 지지하는 후보로 대권에 직행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야권에선 아직 임기가 7개월 남은 반 총장을 국내 정치에 끌어들이는 여권의 태도를 지적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유엔 사무총장을 임기 중에 정치적 논란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나라의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사무총장 퇴임 이후 출신국가 정부직 진출을 제한하는 유엔 결의문을 명분으로 반 총장의 출마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유엔 사무총장을 마치고 바로 대선에 나오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명예로운 사무총장직 경력을 이용해 자국 대선에 도전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아직 여야 모두 출마선언으로 보기에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반 총장의 대권 출마 가능성과 정치권에서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회피한 채 “고국의 미래에 대한 (반 총장의) 걱정과 고민이 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구두 논평에서 “
[디지털뉴스국 김예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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