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국을 앞두고 대권 잠룡들의 ‘사자성어 정치’가 주목받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상선약수(上善若水)’,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불가만(志不可滿)’,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을 각각 거론하며 본인의 은밀한 심중을 드러내고 있다.
반 총장의 ‘상선약수’는 26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주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등장했다. 상선약수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강점인 ‘유연한 리더십’을 우회적으로 부각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반 총장은 지난해 말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상선약수에 대한 제 신념이 강하다. ‘저 사람이 힘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쓸 때는 한번 확실하게 쓴다’는 것”이라 말하며 본인의 경쟁력을 상선약수에 비유하곤 했다.
정 의장의 ‘지불가만’은 25일 국회의장 퇴임 기자회견과 26일 자신이 설립한 싱크탱크인 ‘새한국의 비전’ 창립 기념식 연설에서 언급됐다. 지불가만은 공자가 한 말로 ‘바라는 바를 남김없이 채워선 안 된다’는 의미다. 정 의장은 이를 인용해 “제가 얼마나 부족하고 역량이 떨어지는 사람인지 잘 안다”며 “새로운 정치의 밑거름이 되는 데 남은 인생, 남은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을 것”이라고 최근 제기되던 대권 출마설과 선을 그었다.
안 대표는 ‘화이부동’을 거론했다. 화이부동은 ‘남과 사이좋게 지내되 소신을 잃지 않는다’는 공자의 말이다. 안 대표는 17일 전남 장성군 백양사를 찾아 지선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국회에 들어오니 화이하다보면 부동이 어렵고, 부동하다보면 화이가 어렵다”며 제3정당으로서 노선 유지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안 대표는 지난 3월 29일 ‘우생마사(牛生馬死)’도 언급한 바 있다. 우생마사는 ‘큰 홍수를 만나 소와 말이 떠내려가면 소는 살고 오히려 수영에 능숙한 말이 죽는다’는 말로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소처럼 우직하게 나아가겠다는 안 대표의 각오가 담겨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신년 사자성어로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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