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 국무총리가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재훈 기자> |
이날 법제처는 우선 ‘법률안 이외의 중요한 안건의 심사나 소관 현안의 조사를 위하여 필요하다는 위원회의 의결이 있을 때’ 청문회를 열 수 있다고 규정한 국회법 개정안 65조 1항을 문제삼았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현안 조사를 위한 청문회 제도는 입법부가 행정부에 대한 새로운 통제수단을 신설하는것”이라며 “입법부의 권능은 행정부가 일을 잘 할수 있도록 행정부에 대한 감시·견제 장치를 둔다는 것이지, 더 나아가서 행정부의 일하는 과정 전반을 하나하나 국회가 통제하도록 하자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헌법의 근거 없이 행정부·사법부에 대한 통제수단을 신설해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황 총리는 또 “개정안에 의하면 행정부의 모든 업무가 언제든지 청문회 대상이 될 수 있다. 국정에 큰 부담을 초래하고 청문회 과정에서 공무원은 방대한 자료제출·증인 출석 등 많은 부담을 안게 돼 결국 행정부의 업무 마비로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대다수 정부부처가 세종시에 있어 행정비효율이 심각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기업인·일반인도 상시청문회에서 증인·참고인이 될 수 있어 과도한 부담을 줄 수 밖에 없다”며 “사생활까지 침해될 수 있다는 걱정이 있다”고 덧붙였다.
상시 청문회가 국정조사를 사실상 대체해버릴 수 있다는 점도 이유다. 현행법에 따르면 국정조사는 재적의원 1/4 이상의 요구와 본회의 의결이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청문회는 이보다 완화된 위원회 의결로 가능해 현안이 있을 때 야당이 국정조사보다는 청문회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주요 선진국에선 보기 드문 통제수단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상시 청문회가 있지만 대신 국정감사·조사가 없고 독일·일본은 국정조사가 있는 대신 미국식 청문회가 없고 공청회만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충민원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대한 조사요구와 처리결과 보고를 의무화한 규정도 문제 삼았다. 법제처는 보도자료를 통해 “헌법상 근거없이 입법부 업무를 행정부에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으로 이러한 입법례가 선례로 남을 경우 국회가 공정거래위원회나 대법원 등 다른 기관에 특정한 의무를 부여하는 유사 규정이 도입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이날 임시 국무회의까지 열어 전격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19대 국회에서 재의 요구된 법안이 19대 임기 내 다시 의결되지 못할 경우 자동폐기된다는 해석이 확산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28·29일이 휴일이라 27일이 사실상 19대 국회 마지막날이었다는 점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박 대통령 순방을 수행중인 청와대 한 참모는 27일(현지시간) “국회법 개정안은 처리될 당시부터 이미 위헌논란을 야기했던 법안”이라며 “행정부를 과도하게 통제하고 행정부를 사실상 마비시키는 만큼,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측면이 아주 많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19일부터 강력한 반대의견을 개진하고 위헌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입장을 견지해 왔다.
20대 여소야대 국회를 앞두고 국정 운영에 방해가 될 일종의 장애물 제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러 상임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청문회가 열려 ‘365일 청문회’가 현실화될 경우 행정부가 국정에 초점을 맞추기 힘들어질 것이라는게 청와대
야당이 다수를 점한 국회 상임위들이 청문회를 남발할 경우 현 정권의 주요 추진 정책이 멈춰서고 결국 레임덕이 가속화되는데다 일부 청문회는 대선을 앞둔 정쟁의 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미리 싹을 잘랐다는 것이다.
[아디스아바바 = 남기현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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