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박12일간의 동아프리카 3개국·프랑스 순방 일정을 모두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전용기편으로 귀국했다. 해외순방중 거부권 행사라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데다 20대 국회 원구성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만큼, 귀국후 박 대통령의 정국 구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이번 해외순방은 경제와 외교 면에서 꽤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은 2~3일 간격으로 에티오피아·우간다·케냐·프랑스로 이동해 가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해 남미 4개국 순방때와 맞먹는 강행군이었다. 동행한 윤병우 주치의가 중간중간 휴식을 권했지만, 박 대통령은 순방 성과 극대화를 위해 하나라도 더 행사를 챙기느라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수시로 링거를 맞아가며 체력을 보충했다.
이런 고강도 행보는 크고 작은 성과로 이어졌다. 우선 북한의 전통 우방국중 하나였던 우간다로부터 ‘대북 군사 교류 전면 중단’ 선언을 이끌어 낸 것은 이번 순방의 최대 성과중 하나로 손꼽힌다. 에티오피아와 케냐까지 북핵 반대를 공언함에 따라 북한의 동아프리카 네트워크를 차단하는 효과를 톡톡히 얻었다.
역대 두번째로 많은 169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해 에티오피아·케냐에 한국기업 전용 산업단지를 조성키로 하고, 도로·지열발전소 등 현지 인프라스트럭처·에너지 시장에 우리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아프리카 3개국에서 열린 1대1 비즈니스 상담회를 통해 51개 우리 중견·중소기업들은 총 6877만달러(한화 약 820억원) 수출 실적을 올렸다. 절대 금액은 작아 보이지만,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3개국 연간 수출액(3억8000만달러)의 18%에 달한다는 점에서 꽤 의미있는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상황은 녹록치 않다. 순방 기간중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야당이 강력 반발한데다 20대 국회 원구성을 둘러싸고 대치국면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어버이연합 사태 등 5대 현안에 대해 ‘1특별법 4청문회’를 추진키로 한 것도 청와대에겐 적지않은 부담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일단 오랜 순방으로 지친 체력을 다시 끌어올리는게 급선무”라며 “주치의 권고대로 박 대통령이 당분간 휴식을 취해 가면서 국정운영 구상을 가다듬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휴식후 박 대통령은 4대 개혁과 조선·해운 구조조정·미세먼지 대책 등 민생 과제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민생과 경제활성화’를 앞세워 거대 야당의 공세에 맞서 명분을 확보해 가는 동시에 추가적인 여야 대표 회동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한 참모는 “분기에 한번씩 회동하기로 했지만 필요하면 수시로 만날 수도 있다고 한 만큼, 이달말이나 내달중 추가 회동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정세가 복잡·미묘하게 전개되는 점도 박 대통령에겐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최근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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