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권의 지지층 결집과 확장을 이끌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6일 발표한 주간집계 조사에 따르면 여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합이 41.5%를 기록하며 지난주 대비 9%포인트 상승했다. 여권주자 총 지지율이 40%를 넘은 것은 4·13 총선 직전인 4월 첫주 조사 이후 처음이다. 리얼미터 정례 주간집계에 처음 포함된 반 총장은 24.1%의 지지를 얻어 1위 자리를 꿰찼다.
리얼미터는 “반 총장이 모든 여권주자 지지층, 안철수 대표 지지층, 기존의 부동층 다수를 흡수했다”고 분석했다. 군소 후보들로 분산됐던 여권 지지율은 반 총장으로 결집는 추세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10.4%→5.0%),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6.6%→4.1%), 유승민 의원(4.5%→3.3%) 지지율은 반 총장 등장으로 지난주 대비 대폭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지지율(11.9%)은 4.2%포인트 추락했고, 부동층의 비율도 10.4%에서 5.9%로 4.5%포인트 떨어졌다. 반 총장은 무당층 조사에서 24.9% 지지율을 기록해 9.1%를 얻은 안 대표를 크게 웃돌았다.
안 대표는 9주만에 10%대 초반 지지율을 기록해 ‘반기문 효과’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 안 대표는 호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연령·이념성향층에서 반 총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밀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주자들의 전체 지지율(41%→40.7%)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문 전 대표 지지율은 23.2%로 지난 조사 대비 1.7%포인트 올랐다. 더민주의 정당 지지율(30.1%)도 6주만에 30%대를 회복했다. 반 총장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리얼미터 주간집계는 지난달 30일부터 5일간 303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8%포인트다.
이런 가운데 ‘친노’ 좌장인 이해찬 무소속 의원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에서 동포간담회를 마친 후 “외교관을 많이 봐왔지만 대선후보까지 된 사람은 없었다”며 ‘반기문 대망론’에 일침을 가했다.
이 의원은 “외교관과 국내 정치는 캐릭터가 잘 맞지 않는다”면서 “정치는 돌다리가 없어도, 물에 빠지면서도 건너가야 하는데 외교관은 돌다리를 두드리고도 안 건너간다”고 지적했다. 또 “외교관들이 경제, 사회, 정책, 문화, 교육 등을 외교 측면에서는 하지만 외교관계 이외에 나머지 영역에서는 인식이 그렇게 깊지 않다”면서 “(반 총장도) 국내 정치를 하는 데 과연 적합한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반 총장은 참여정부 시절 외교부 장관을 거쳐 2006년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됐으며 당시 이 의원이 국무총리 자격으로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반 총장 선출에 도움을 줬다. 하지만 반 총장이 여권 대선후보로 물망에 오르자 이를 사전에 경계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특히 반 총장 대망론에 대해 “여권의 대선 후보가 전멸하다시피 해 무주공산이 됐으니 그 공백을 메우려고 언론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라며 “반 총장 입에서 ‘정치하겠다’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묻고 또 묻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오는 8일 유엔본부에서 예정된 반 총장과의 회동에 대해서는 “정치얘기를 하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면서 “
이 의원은 노무현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재단 실무자들과 함께 노무현대통령 기념관, 노무현센터 건립 등에 필요한 조사를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이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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