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리용호, 국제무대 데뷔 임박…전문가들 "말 통하는 인물"
↑ 리용호 / 사진=연합뉴스 |
오는 26일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를 통해 국제 외교무대에 데뷔할 것으로 보이는 리용호(60) 북한 외무상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측근이었던 리명제 전 조직지도부 부부장의 아들인 리용호는 평양외국어대 영어학부를 졸업하고 외무성 국제기구국 과장과 부국장, 주영 북한대사를 지냈습니다.
그는 1990년대 초부터 핵 문제를 비롯한 각종 대미 협상에 참여하면서 북한의 차세대 외교 주역으로 주목받아왔습니다. 2010년 외무성 부상 자리에 올랐으며, 이듬해에는 6자 회담의 북측 수석대표를 맡기도 했습니다.
지난 5월 열린 7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리수용의 후임으로 외무상에 올랐습니다.
리용호를 접촉해 본 국내외 전문가들은 대체로 '말이 통하는 인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조엘 위트 미국 존스홉킨스대 선임연구원은 리용호의 외무상 기용이 확인된 지난 5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리용호는) 사안을 잘 아는 매우 실력 있는 사람으로 북한의 이익을 강하게 대변하지만, 최소한 말은 통하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1993∼1999년 미 국무부 소속으로 북핵 협상에 참여했으며 리용호를 알게 된 지가 20년이 넘었다고 밝힌 위트 연구원은 그러나 "그가 다른 북한 사람들보다 더 유연하다거나 더 합리적이라는 건 아니다"며 "북한 사람들은 세계를 보는 자신들만의 관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리용호를 2012년과 2014년 각각 뉴욕과 평양에서 만났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는 VOA에 "리용호는 영어가 유창하고 유연하고, 농담도 잘하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인물"이라며 "김정은이 리용호를 외무상으로 발탁한 것은 미국과 대결이 아닌 대화를 하고 싶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창현 국민대 교수는 23일 "리용호는 외무성 부상을 할 때도 파격적인 발언을 많이 했고 그런 발언들을 공개 및 비공개회의에서 할 수 있을 정도로 일정한 힘이 있고 본인 스스로가 일정하게 대화 노선으로 나가야 된다고 하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2012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한 리용호를 만난 한국 측 인사들도 "매우 세련됐고 영어도 유창했다", "북한 사람같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한결같이 호평하기도 했습니다.
정부 소식통은 "리용호는 영어를 잘하며 북미 고위급 회담과 관련해 경험이 많은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리용호는 본인의 성향과 무관하게 북한의 핵 보유를 정당화하고 국제사회 대북제재의 부당성을 강조하는 데 주력하는 외교전을 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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