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엘리트 탈북 시작됐나…수학영재 망명에 '장성급 탈북설'
↑ 사진=연합뉴스 |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고한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북한의 18세 수학 영재가 홍콩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요청하고 해외에 거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잇따라 탈출하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와는 달리 북한의 엘리트층까지 탈북 대열에 본격적으로 가담하고 있어 체제 위기가 심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정부는 최근 홍콩에서 열린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회에 참가한 북한 학생이 현지 한국 총영사관에 들어가 망명 신청을 한 사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18세인 이 학생은 북한 대표에 뽑힐 만큼 수학 실력이 뛰어난 영재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족 중에 북한군 고위 간부가 있다는 설도 나왔습니다.
'과학기술강국'을 목표로 내걸고 있는 북한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수학 영재가 탈북에 나선 것은 여느 탈북 사례와는 다르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북한 주민의 탈출이 대체로 경제적 기회를 찾아 나선 '생계형' 탈북이라면, 이번 사건은 북한에서도 생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엘리트층의 체제에 대한 불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홍콩에서 망명 신청을 한 학생의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로 극도로 고립된 북한에서는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세계를 무대로 펼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북한군의 장성급 고위 인사가 최근 탈북했다는 설도 나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탈북자단체 대표는 29일 "북한군 총정치국에서 김정은의 자금 관리 업무를 하던 장성급 인사가 최근 중국에서 탈북해 제3국행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군 장성급 인사와 외교관 등 4명이 탈출해 중국에서 제 3국행을 준비중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아직 확인된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군 장성급 인사의 탈북설에 관해 "현재 관련 정보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군이 김정은 체제를 떠받드는 핵심 세력인 만큼, 북한군 장성의 탈북이 사실일 경우 엘리트층의 균열 신호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지난해에는 대남 공작 업무를 총괄하는 북한 정찰총국 출신 대좌(우리의 대령에 해당)가 탈북해 한국행을 택한 바 있습니다.
올해 4월에는 중국 닝보(寧波)의 북한 식당에서 근무하던 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했고 5월에는 중국 산시(陝西)성의 북한 식당 종업원 3명이 탈북해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중국에 있는 북한 식당 종업원들도 북한에서는 출신 성분이 뛰어난 사람들로 분류됩니다. 이들의 탈북도 단순한 생계 문제 때문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4월 국내 입국한 탈북 종업원 한 명은 탈북을 결심한 이유에 관해 "최근 대북 제재가 심해지면서 북한 체제에는 더는 희망이 없다고 봤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몰타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3명이 탈출한 사실이 최근 알려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도 출신 성분이 상대적으로 좋은 사람으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달 말 중국 랴오닝(遼寧)성의 공장에서 일하던 북한 여성 직원 8명이 집단 탈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생계 걱정과는 거리가 먼 북한 엘리트층이 개인과 국가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고 체제에 대한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면, 김정은 체제가 내부적으로 느낄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은 체제는 엘리트층의 불만을 근본적으로 잠재울 수 있는 개혁·개방에 나서기보다는 체제 단속을 더욱 강화하는 식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북한이 지난 4월 중국 닝보 소재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의 탈북에 책임이 있는 6명을 공개 처형했다는 설도 나왔습니다. 북한은 서구 자본주의 문화를 배격하는 등 외부 문화 유입을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엘리트층의 탈북에 대해 전사회적인 사상교육을 강화하는 등 체제 단속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지만, 통치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엘리트층의 탈북은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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