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있었던 ‘비무장지대(DMZ) 목함 지뢰 도발’ 1주년을 앞두고 남북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다양하게 실행에 옮기고 있다. 군은 북한의 대남 심리전 차원이라는 점에 일단 주목하고 있지만 실제로 군사도발을 감행하기 위한 사전 징조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남파 공작원에게 지령을 보낼 때 사용하는 난수(亂數) 방송을 14일만에 재개하자 정부가 비판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 평양방송은 29일 정규 보도를 마친 0시 45분(한국시간 오전 1시15분)부터 12분간 여성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지금부터 27호 탐사대원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수학 복습과제를 알려드리겠습니다. 459페이지 35번, 913페이지 55번, 135페이지 86번…”과 같은 식으로 다섯 자리 숫자를 읽었다. 북한은 과거 대외용 평양방송을 통해 자정께 김일성, 김정일 찬양가를 내보낸 뒤 난수를 읽어 남파간첩들에게 지령을 내리곤 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북한이 올해 5월부터 난수 방송을 한 것으로 안다”며 “그 외 (관계기관에서) 포착하지 못한 난수 방송 사례가 더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통일부가 파악한 북한의 난수 방송 사례는 6월 24일과 7월 15일 두 차례다. 북한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난수 방송을 중단했다가 16년 만인 올해 이를 재개했다.
통일부 박수진 부대변인은 북한이 난수 방송을 재개한 것과 관련해 “이런 구태의연한 행태를 빨리 지양했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의 대남전단도 심리전의 일환이지만 이례적으로 강을 이용해 띄워보낸 것은 도발 전조로 해석된다. 군의 관계자는 “한강과 한탄강에서 대남전단을 남쪽으로 보낸 것은 강물의 흐름과 특정 지역 도착 시간을 파악하기 위한 사전 작업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남측의 민간인 대상 새로운 유형의 도발을 저지를 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남전단 대신 유해물질 예를 들어 생화학 무기를 비닐봉지에 넣은 뒤 일반인이 이를 접촉하게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가운데 대남공작을 총괄하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정전협정 체결 63주년을 하루 앞둔 26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27일 자에 ‘조국해방전쟁승리 63돐 경축’ 중앙보고대회 주석단에 자리 잡은 21명의 명단을 공개했는데, 여기에 김영철은 포함돼 있지 않다. 김영철은 지난 2월 15일 광명성절 경축 중앙보고대회부터 지난달 18일 김정일 당 사업 시작 경축 중앙보고대회까지 올해 들어 열린 5차례 중앙보고대회에 모두 참석했던터라 이번 불참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이 지난 5월 9일 폐막한 당 대회에서 임명한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9명 가운데 이번 중앙보고대회 주석단에 모습이 보이지 않은 인물도 김영철이 유일하다. 이런 정황 등을 감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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