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송영길 탈락 '이변'…예측불허 전대로
↑ 더민주 송영길 탈락/사진=MBN |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에서 당초 '2강'으로 분류됐던 송영길 후보가 충격의 컷오프를 당했습니다.
친문(친문재인)·범주류의 표가 추미애 후보와 김상곤 후보에게 나눠진 가운데, 비주류의 표 역시 송 후보를 비켜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본선은 예상을 벗어나 추 후보와 이종걸 후보, 김 후보의 3파전 구도로 벌어지게 됐습니다.
친문진영의 지지가 예상되는 추 후보의 우세를 점치는 목소리가 많지만,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오른 김 후보나 비주류의 존재감을 다시 확인한 이 후보도 만만치않은 경쟁력을 보여줘 이제 전대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 '송영길 쇼크'…친문·범주류표 宋·金으로 나뉜듯
애초 당 안팎에서는 86그룹(60년대생·80년대 학번)·범주류로 분류됐던 송 후보가 무난하게 컷오프를 통과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당내 최대계파인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표 역시 추 후보와 송 후보가 나눠 가지리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다수의 범주류 고정표를 확보한 추 후보가 안정적으로 통과한 가운데, 이 후보는 비주류 표 결집에 성공한 데 이어 김 후보는 친문 표와 송 후보의 표 일부를 흡수하며 본선 티켓을 거머쥐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친문·범주류의 표는 추 후보와 김 후보로 분산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당내에서 김 후보와 비주류인 이 후보 중 한 명이 탈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송 후보로 향했어야 할 일부 범주류의 표가 '김상곤 구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당 관계자는 "어차피 송 의원은 컷오프 통과가 확실하니 김 후보를 밀자는 움직임이 나왔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추 후보를 강력히 지지하는 그룹에서는 전략적으로 본선에서의 경쟁을 대비해 송 후보에 대한 투표 반대에 나섰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송 후보 역시 결과를 접하고서 "전략적 배제 등이 고려된 것 같다. (나에 대해서는) 다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찍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힘없이 보좌진에게 "(선거운동을 위한) 어깨띠를 뜯어달라"고 하는 등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송 후보가 처음에는 친문·범주류 표를 겨냥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추 후보를 지나치게 의식해 비주류 표 흡수에 나서면서 애매한 위치에 자리잡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송 후보는 이날 컷오프 통과를 낙관하고서 사무소 개소식까지 준비했으나 이번 탈락으로 행사를 열지 못했습니다.
이후 송 후보의 정치적 행보 역시 크게 위축될 전망입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송 후보의 표가 모두 흩어진 셈"이라며 "송 후보 역시 이를 붙들어둘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송 후보는 예비경선 후 문자메시지를 보내 "제가 모자란 탓이다. 선거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온전히 정권교체에 보태겠다"며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을 하며 나라를 지킨 것처럼 정권교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2약' 평가 李·金, 비주류·호남·단체장 표 흡수해 뒤집기
반면 애초 뒤늦게 출마를 선언하면서 '2약'으로 평가를 받았던 이 후보와 김 후보는 뒤집기에 성공했습니다.
이 후보의 경우 당내 비주류표를 탄탄하게 결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최근 당내에서 비주류의 존재감이 급격히 약화되긴 했지만, 범주류 3명 대 비주류 1명의 대결이었던 만큼 '비주류 대표주자'로서의 효과를 톡톡히 본 셈입니다.
비주류 진영으로서는 오랜만에 당내 경선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셈입니다.
호남 표 역시 이 후보와 김 후보에게 나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 후보와 김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김홍걸 씨와 함께 참배하는 등 호남민심 끌어안기에 각별한 노력을 쏟았습니다.
여기에 김 후보는 이번 예비경선의 변수로 꼽혔던 자치단체장 표를 흡수하며 송 후보를 누른 것으로 보입니다.
◇ 秋 우세, 金 다크호스 관측…李도 기회
이처럼 본선이 뜻밖에 추 후보와 이 후보, 송 후보의 대결로 압축되자 당 안팎에서는 당권의 향배를 다시 예측하느라 분주한 모습도 감지됐습니다.
당내에서는 추 후보가 본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친문·범주류의 표가 추 후보에게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제한된 선거인단으로 치러진 예비경선과는 달리, 본선은 대의원·권리당원·일반여론조사 등 다양한 분야의 표를 합산하게 된다"며 "범주류이면서 오랜 당 생활을 한 송 후보가 맞수로 꼽혔지만, 이제는 추 후보가 압도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변수는 많습니다.
특히 김 후보의 경우 가장 늦게 합류했으면서도 송 후보를 꺾는 파란을 보여준 만큼 본선에서도 '바람'을 이어가며 다크호스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 후보는 당내 인맥이 상대적으로 약해 컷오프 통과 여부가 최대의 고비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를 돌파한 만큼 이후 행보에 힘이 붙을 수 있습니다.
김 후보는 예비경선 후 "오늘 결과는 하나의 사건"이라며 "우리당이 혁신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줬다. 모두가 원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 역시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확인시켰습니다.
범주류에 비해 비주류의 세가 절대적으로 약하긴 하지만, 이번에 보여준 저력을 고려하면 충분히 본선에서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있습니다.
이 후보는 예비경선 직후 "승리하는 경선을 꼭 만들라는 국민의 지상명령"이
아직 전대까지 20일 넘게 남은 만큼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 재선의원은 "송 후보의 컷오프를 내다본 사람이 얼마나 있었나"라고 반문하면서 "이제 아무도 섣불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