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 2위 북한 태영호 망명…'궁핍한 생활'이 큰 이유
↑ 태영호 망명/사진=연합뉴스 |
가족과 함께 제3국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선전담당 태영호 공사는 영국 외교가에서는 유럽통으로 평가받는 북한 외무성의 고위 외교관입니다.
그런 태 공사가 제3국으로 망명을 신청한 데에는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제재 이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활동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대사관 외교관들이 예전에는 영국 정부 관리들이나 북한 문제에 관심 있는 영국 의원 등과 접촉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이런 접촉이 거의 끊겼습니다.
또 최근에는 북한대사관이 공개적인 다른 외부 활동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북한에 대한 고강도 제재가 잇따라 나오면서부터는 북한대사관의 활동이 극심하게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영국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 등과 함께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적극 지지하는 가운데 북한 정부에서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 제재 국면 돌파를 위한 시도들을 지시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돌파구 마련이 여의치 않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차석인 태 공사가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이 소식통은 추정했습니다.
현학봉 영국 주재 북한대사도 이례적으로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 연설과 방송과의 인터뷰에 나서 "북한이 지구관측 위성 발사 계획은 평화적인 위성 개발 의도"라고 강변하거나 "핵에는 핵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는 등의 협박을 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 움직임에 맞서 여론전을 펴기도 했습니다.
가장 최근인 지난 5월 영국 재무부는 유엔 안보리와 유럽연합(EU) 대북 제재 결의 대상에 오른 북한 국영보험사 조선민족보험총회사(KNIC) 런던지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앞서 자금동결 조치에 이어 압수수색에 나섬에 따라 이 런던지사는 영업활동이 위축돼 독일 함부르크지사와 마찬가지로 문을 닫는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북한 정부는 지난 2005년 헬기 추락 사고와 수재 등을 이유로 약 600억원의 외화를 보험금으로 챙겼는데 이때 이 국영 보험사를 이용했습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는 런던에 있는 국제 금융기관들을 통해 외화 조달 창구들이 막힌 것입니다.
또한 영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북한에 대한 정책적 접근의 우선순위로 두는 가운데 런던에서 북한 인권 실태를 고발하는 행사도 잇따른 점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부담을 가중시켰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영국 의회 '북한에 관한 초당적의원그룹'(APPG)이 런던 의회에서 북한 여성 인권유린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콘퍼런스를 열고 북한 정부를 압박하는 한편 유럽 인권단체들도 북한 해외노동자 등 북한 인권 문제를 고발하는 모임을 잇따라 열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로 영국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주재원으로서 생활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소식통은 "북한 외교관들이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사기가 쉽지 않을 만큼 궁핍하게 지내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면서 "대북 제재 이후 본국에서 외교관 주재 지원이 크게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은 런던 서부의 주택가에 있는 한 주택을 대사관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섯 가족으로 추정되는 북한외교관 주재원들 가족은 이 대사관 건물에 살고 있습니다.
주택가에 있는 까닭에 평소에는 대사관임을 알리는 국기를 외부에 게양할 수 없습니다.
재영탈북민협회 최중화 소장은 "북한외교관 가족들이 가끔 한인마트에 식품 등을 사가는 것을 보면 형편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보였다고 한인마트에서 일하는 탈북민 출신 점원들이 전했다"고 말했습니다.
최 소장은 "감시가 심해서인지 북한외교관 주재원들은 마트에 올 때는 차 한 대에 함께 오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고 덧붙였습니다.
태 공사는 차석으로서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운영의 살림을 책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덴마크, 스웨덴, EU 담당과장 등을 지낸 유럽통인 태 공사가 이런 압박감 속에서 북한 정권에 대해 쌓인 염증을 털어내지 못하고 망명을 신청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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