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해외 식당 종업원 탈북부터 이번엔 고위급 간부 외교관 탈북까지 북한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 같습니다.
취재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주진희 기자!
우선, 이상한 것이 있습니다.
본래는 탈북 외교관의 이름이 태용호라고 알려졌는데, 이것이 가명이라고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어제 정부가 영국주재 북한 외교관의 망명을 밝히면서 그 이름은 '태영호'라고 언급했습니다.
당초 외신과 우리 언론에 알려진 태용호와는 조금 다른 이름인데요.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서도 잠시 혼란이 있었지만 정부는 즉각 태영호가 본명이고, 태용호는 가명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아마 그동안 본명과 가명을 섞어서 활동했던 것이 아닐까 추정됩니다.
【 앵커멘트 】
그동안 가명으로 활동한 것 때문에 외신들도 잘못 보도한 것이군요.
또 의아한 것이 바로 탈북 이유입니다.
기사에서 봤듯이 외국에서 10년을 넘게 생활한 만큼 북한 당국의 신뢰를 받는, 그야말로 핵심 중의 핵심 간부인 것 같은데요.
보장받는 미래를 버리고 나온 이유가 있을까요?
【 기자 】
정부 발표에 따르면 태 공사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정부 발표를 들어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정준희 / 통일부 대변인
- "탈북 동기에 대해 김정은 체제에 대한 어떤 염증, 그리고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녀와 장래 문제 등이라고…."
체제에 대한 염증을 느끼고 있던 중, 정준희 대변인 언급처럼 자녀 문제가 태 공사의 결심을 굳힌게 한게 아닐까 추정됩니다.
55살 태 공사에게는 둘 이상의 자녀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막내아들은 고등학교를, 그 위 자녀는 대학에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즉, 앞으로 미래를 결정해야하는 중요한 시기인데요.
해외 생활이 길었던 만큼 자녀가 평양에 돌아가 적응할 수 있을지, 그리고 북한에서 장래가 밝을지 부모로서 고민이 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그럼 이번에 망명 신청때는 가족도 함께 왔겠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자녀 수나 동반 가족은 언급하지 않았다고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정부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외교 문제가 붉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망명 인원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입국경로와 망명 시기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 앵커멘트 】
그러면 이번에 입국은 도대체 왜 밝힌 것일까요.
지금까지 정부의 방침은 안전을 고려해 어떤 탈북이나 망명도 확인해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기자 】
네 그 때문에, 어제 기자들의 질문이 쇄도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최초 탈북 보도가 나왔을 때 정부 발표를 들어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정준희 / 통일부 대변인 (어제 아침)
- "궁금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제가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인터뷰 : 정준희 / 통일부 대변인 (어제 저녁)
- "최근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부인, 자녀와 함께 대한민국에 입국하였습니다."
오전 10시 발표 이후 불과 9시간 만에 입장이 바뀐 겁니다.
입장 변화가 생긴 이유에 대해 질문하자,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잇따른 보도에 사실 확인이 필요해 보였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런 브리핑 공지와 공지 30분만인 저녁 7시 전격 망명 사실을 밝힌 것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아닙니다.
사실,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간부와 주민에게 '차별없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번 태 공사의 탈북이 시사하는 바가 큰 만큼, 대통령도 미리 알고 메시지를 던진게 아닐까하는 추정입니다.
김정은 체제에 대한 환멸과 불안함을 느끼는 엘리트 층이 많다는 것이고, 이들에 대한 메시지라는 겁니다.
【 앵커멘트 】
태 공사가 그만큼 고위급 탈북자라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고위급 탈북자는 많았는데, 태 공사는 어느 정도가 될까요?
【 기자 】
지난 97년 미국으로 망명한 장승길 주 이집트 북한 대사가 외교관으로서는 최고위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태 공사는 대사급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고위급 탈북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태 공사의 처가가 김일성과 같이 빨치산 활동을 했던 오백룡 집안인 것으로 알려지는 만큼, 집안으로나 직업으로나 최고위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의 '주체 사상'을 만든 황장엽 씨와 김정일의 사촌이었던 이한영 씨 등 백두혈통 탈북자가 있었지만, 김정일 시대였죠.
반면 태 공사의 망명은 김정은 체제에서 엘리트층이 느끼는 동요를 대변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외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에 이어, 정부가 확인해주지 않고 있지만 러시아 외화벌이 기관 간부와 다른 외교관들의 망명 소식도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북한 상류층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지금까지 정치부 주진희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