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추미애 대표, 박정희·이승만묘역 참배하며 '광폭행보'
↑ 더민주 추미애 / 사진=연합뉴스 |
8·27 전당대회를 거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이끌게 된 추미애 신임대표가 29일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첫 공식일정을 시작했습니다.
당 대표 경선과정에서 선명성을 내세우며 강경한 모습을 보였던 추 대표는 예상외로 '광폭 행보'를 보였습니다. 현충탑 참배에 이어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김구 선생 묘역은 물론이고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까지 정치·이념적 성향과 관계없이 전직 대통령들을 두루 참배한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이는 야권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산업화 시대를 부정한다"는 시비를 털어내고 중도층과 개혁적 보수층을 껴안으며 외연 확장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럼에도 추 대표가 민주화를 후퇴시켰다며 민주 진영으로부터 외면받아온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것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가 야당의 '선명성' 강화를 강조하면서 대여(對與) 강공 드라이브를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묘역 참배에는 신임지도부 전원이 참석했습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추경과 신임 장관 청문회, 정기국회 일정 등 현안 점검을 위해 현충탑 참배만 하고 자리를 떴습니다.
더민주 지도부가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거와는 미세한 차이점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는 지도부와 함께 올해 1월 이들 묘역을 참배했다. 보수층을 아우르는 김 전 대표의 정치 색채를 감안하면 이들 묘역에 참배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는게 대체적 시각이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작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선출된 직후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지만, 최고위원 전원이 불참해 '반쪽참배'에 그쳤습니다. 유승희 당시 최고위원은 현충원에 나타나지조차 않았고 정청래 최고위원도 공개적으로 문 전 대표를 비판하는 등 한동안 후폭풍에 시달렸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도 당시 문재인 체제에 협력하겠다는 뜻으로 참배하기로 했으나 지도부만 참배한다는 방침에 따라 측근을 보낸 바 있습니다. 대신 안 전 대표는 올해 1월 국민의당 대표로서의 첫 행보로 전직 대통령 묘역을 모두 참배했습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추미애 지도부의 묘역 참배는 일사불란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통합을 강조한 추 대표의 소신에 지도부도 기꺼이 동의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전날 지도부와의 만찬에서도 추 대표가 "할 말은 하되, 국민통합을 위해 포용해야 한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춰야 한다"며 묘역 참배를 제안했고, 최고위원들은 일부 이견이 있었지만, 만장일치로 동의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추 대표의 광폭 행보는 여권에 대한 메시지로도 풀이됩니다.
비록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긴 했지만, 산업화를 일군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공을 부정하지 않겠으니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도 야당에 대한 정치공세와 분열에 치중할 게 아니라 국민통합 행보를 보여달라는 주문이라는 것입니다.
추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민생 챙기기'의 하나로 내달 1∼2일 호남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첫 현장행보 테이프를 끊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통합과 함께 추 대표가 내세운 키워드인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야권의 텃밭이자 민주주의의 상징인 호남에서 시작하려는
그동안 벌어졌던 동교동계와의 관계 회복에도 조만간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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