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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정상, 블라디보스톡 고속도로 건설 협력 주목

기사입력 2016-08-31 16:47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9일 러시아·중국·라오스 순방에 나선다. 박 대통령은 2~3일 첫 기착지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제2회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을 갖는다. 한·러 정상이 이번에 회담을 갖게 될 블라디보스톡은 극동 러시아 지역의 관문이자 박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지역내 경제를 통합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협력구상)와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이 만나는 중요한 교차점이다. 이번 한·러 정상회담이 갖는 의의와 회담에서 논의할 협력과제, 향후 전망을 점검해 본다.
극동·연해주 지역 면적은 618만㎢로 한반도의 28배다. 이렇게 광대한 동토(冬土)에 거주하는 인구는 불과 600만여 명에 불과하다. 인근 중국 지린성의 성도인 창춘시 한 곳에만 약 700만 명이 사는 것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이 지역은 여전히 도시화가 더디고 기본적 생활여건이 미비한 편이다.
푸틴 대통령은 극동·연해주를 발전시키기 위해 지난 2011년 극동개발기금을 설립하고 2012년에는 장관급 부처인 극동개발부를 창설했다. 또 같은 해 연해주 핵심 지역인 블라디보스톡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이어 2015년에는 ‘동방경제포럼’을 첫발을 떼며 이 지역에 아이디어와 자본을 끌어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처럼 푸틴 대통령이 가진 극동·연해주 개발의지의 상징인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는 것이다.
일단 이번 한·러 정상회담을 앞둔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러시아는 이번 포럼 기조연설때 박 대통령의 연설 순서를 푸틴 대통령 다음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앞서 배치하며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는 지난 7월 초 이후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을 압박하지 않고 있다.
한국도 북핵·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대북 레버리지를 키워가고 있는 러시아와의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남·북·러 3각협력을 14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며 러시아를 중시했다.
정부는 이번 한·러 정상회담을 통해 양측이 극동·연해주 지역에서 실현 가능하고 구체적인 협력 성공사례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동안 남·북·러 가스관 연결이나 나진-하산 물류협력과 같은 대규모 협력 프로젝트들이 경제·정치적 이유로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손에 잡히는 협력부터 길게 보고 차근차근 밑돌을 놓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와 정부는 고속도로 건설·조선·식품·병원·선도개발구역(항만 포함) 투자 등 극동 러시아 지역 5대 유망 사업을 선정, 집중적인 협력 기반을 다져 나가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극동·연해주 지역은 면적은 넓지만 당장 인구가 모일 수 있는 기본적인 생활기반 시설이나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러시아 측에서도 당장은 이 지역에 ‘사람이 살 만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과 러시아 모두 현재보다는 미래에 이곳이 양국에게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자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도록 길게 보고 차근차근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 역시 “경험상 과거 러시아와는 ‘거대한’ 협력문제에 집중하다가 (양측 모두) 신뢰를 잃은 경험이 있다”며 “실현 가능한 중소기업 영역 등 작은 사업에서부터 협력을 실시해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5대 유망 사업중 고속도로 건설의 백미는 블라디보스토크 순환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다. 정부와 코트라(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 등에 따르면, 블라디보스토크 순환 고속도로는 연해주 루스키섬과 토카렙스키 곶, 군가스늬 곶, 루스까야 거리, 마깝스코고 거리 등을 잇는 총 길이 22.8㎞, 사업 규모 10억달러의 대형 건설 프로젝트다. 현재 진행중인 예비 타당성 조사는 11월 종료된다. 조사 결과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날 경우 연말께부터 사업자 입찰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방러를 계기로 이 사업을 포함해 다수의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러시아 정부가 이 지역에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특수선박 건조가 가능한 조선소 설립을 적극 추진하는 만큼, 조선소 설립 프로젝트도 유망 사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민감한 북핵과 사드 관련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도 철저하게 실용적인 관점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엄구호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장은 “극동·연해주 개발을 위한 면밀한 경제적 타당성 분석과 자금조달 계획이 필요하다”면서 “서드르지 말고 잘 분석해서 러시아와 공동으로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액션플랜을 만들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엄 센터장은 “양측이 사드와 북핵문제로 이번 한·러 정상회담을 덮어서는 안된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철저하게 실용적인 리더인 만큼 박 대통령도 극동·연해주 개발을 비롯한 경제협력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번 회담에서는 박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주파수’가 맞는 분위기”라며 양 정상이 경제협력에 논의를 집중해 전략적인 산업협력 분야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극동·연해주 개발협력과 관련한 분야 가운데에서는 △한국 의료시설 진출 △정보통신기술(ICT)를 적용한 교통시스템 △농·수산물 가공 등 식

품산업화 △산업·공업용 장비 제작 분야가 유망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 지역을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의료·교통 인프라스트럭쳐를 갖추고 일자리를 창출해 인구 유출을 막고 나아가 사람들이 모여드는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기현 기자 / 김성훈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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