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이 오는 12일 의장 선출 후 첫 해외 순방에 나서며 의회외교에 시동을 건다. 정 의장은 12일부터 6일간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번 순방은 여야 3당의 원내대표가 동참하기로 확정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입법 수뇌부가 최우방을 함께 방문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달 초 ‘사드배치’를 비판한 개회사로 인해 28시간 동안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던 정 의장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보름도 안돼 함께 해외 순방에 나서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정 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추석연휴 기간 동안 미국 주요 도시를 돌며 한·미 양국 관계 발전을 도모하고, 앞선 4차 산업혁명 현장을 답사하고 올 계획이다. 정 의장은 지난달 말 3당 원내대표들에게 미국 순방에 동참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일경제 취재 결과 정 원내대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모두 미국행에 함께 할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회사 관련 유감표명을 놓고 얼굴을 붉혔던 의장과 여당이 이번엔 ‘협치 외교’를 펼치게 된 셈이다.
의장단은 워싱턴에선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묻혀 있는 알링턴 묘지를 참배하고, 폴 라이언 하원의장(미국내 서열 3위) 등 미 의회 지도자들과 면담을 할 예정이다. 면담에서는 정부의 사드배치 결정에 대한 한·미 의회의 역할이 중점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15일에 뉴욕으로 건너가는 의장단은 반기문 사무총장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대통령 선거의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반 총장이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국내 정치 진단 및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3당 원내대표는 뉴욕 일정을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돌라오지만 정 의장은 샌프란시스코로 향해 미국 IT업계의 심장부인 실리콘벨리를 방문할 계획이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국내 산업발전 방향의 대세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류가 확산되는 만큼 애플, 구글, 솔라시티, 테슬라자동차의 현장을 둘러볼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의 미국 방문은 사드와 관련된 보다 정확한 미국 측의 입장을 듣고, 이를 분석한 뒤 대응 논리를 갖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 의장은 지난달 말 “국회가 정부의 손만 바라보지 않겠다”라며 “엄중한 동북아 정세를 냉철히 직시하고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국가의 미래 외교안보 전략을 짜나가는 데 능동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방문으로 첫발을 뗀 의회외교는 정 의장이 지난달 꾸린 ‘동북아평화협력외교단’을 통해 조만간 중·일·러 등으로 보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유력 인사에 의한 대미 의회외교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순방에 이후 약 1년 만이다. 지난해 7월 말 정 의장과 비슷한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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