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9일 핵실험을 보도하는 평양역 앞의 대형 스크린. |
우선 북한이 4차 핵실험 이후 불과 8개월만인 이날 5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일이 주도하는 대북제재와 핵포기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은 중국과 라오스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자신들의 핵개발을 비난하는 성명이 채택되자마자 핵실험으로 되받아쳤다. 비록 핵실험 이후 유엔과 국제사회가 추가적인 고강도 제재를 내놓겠지만 ‘제2 고난의 행군’을 감수하고서라도 빠르게 핵능력을 강화해서 발언권과 협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날 오후 1시30분경 조선중앙TV를 통해 “전략적 핵무력 건설구상에 따라 우리 핵무기연구소 과학자,기술자들은 새로 연구제작한 핵탄두의 위력판정을 위한 핵폭발시험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발표에서 핵개발을 위해 구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핵무기연구소’라는 조직을 공개했다. 또 북한은 “핵탄두가 표준화,규격화됨으로써 우리는 여러 가지 분열물질에 대한 생산과 그 이용기술을 확고히 틀어쥐고 보다 타격력이 높은 각종 핵탄두들을 마음 먹은대로 필요한만큼 생산할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은 “미국의 가중되는 핵전쟁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존엄과 생존권을 보위하고 진정한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국가 핵무력의 질량적 강화조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 본격적인 핵무기 생산에 나설 뜻을 천명했다.
이번 핵실험은 한창 대통령 선거전이 달아오르고 있는 미국에 대한 메시지 성격도 크다. 민주·공화당 가운데 누가 정권을 잡든 현 정부가 취했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을 거두고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의미다. 북한으로서는 점차 강화되는 미국의 고립주의 경향에 구멍을 내고 미국 차기 행정부의 대외정책의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극단적 관심끌기 전략 차원에서 핵실험을 택했을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해 앞서 북한은 5차 핵실험 전날인 8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미 정상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를 언급한 것에 대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어 북한은 “미국의 악랄한 적대시정책에 대처해 우리는 핵공격능력을 배가로 강화하기 위한 사변적인 조치들을 다계단으로 취해나갈 것”이라고 위협했고 바로 다음 날 핵실험 버튼을 눌렀다. 이는 통상적으로 북한이 약 3년마다 핵실험을 진행했던 것과 비교해도 향후 핵위협 주기를 더욱 짧게 잡고 대미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모종의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제5차 핵실험에 대해 ‘예상됐던 도발’이라며 침착한 대응을 주문했다. 북한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핵실험 준비를 마친 뒤 실험 시기만 조율하고 있었다는 것이 이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같은 평양의 결정에는 사드 문제로 미국과 갈등에 놓인 중·러가 자신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반영됐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이 중국 측에 핵실험 계획을 사전에 통보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차두현 전 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이제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의 6자 회담국 모두와 등을 돌리더라도 상관없으니 핵무기를 보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앞으로 6·7차 핵실험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 전
[김성훈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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